주차위반으로 벌금 내다

비싼 수업료로 배우는 호주의 주차표지판

Jun 2. 2025

매주 월요일마다 영어 수업을 위해 가는 커뮤니티 센터 주변에는 주차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 차로 20분 거리라 무조건 운전을 해서 가야 하는데 처음에 갔을 때는 건물 부지 쪽에 주차할 곳이 없어서 무척 난감했다. 물론, 길가에 유료로 주차하는 구역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구역들은 1시간에 3달러 정도로 비싼 편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 건물에 주차를 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1시간에 1달러 정도의 비용을 내야 해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렇게 주차로 골머리를 앓던 중, 센터 바로 옆에 도서관 건물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도서관은 1시간 무료주차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영어수업이 2시간이니 중간에 쉬는 시간을 이용해 주차 위치를 다른 곳으로 한번 바꾸면 수업하는 동안에는 무료로 주차를 할 수 있을 듯싶었다.

그렇게 주차 문제가 해결되나 싶었는데, 수업을 들으러 갔던 지난 3월 말,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두 달 정도 수업을 듣는 동안 매번 주차위치를 바꿔놓고 별 문제가 없어서 마음이 느슨해졌을 때였다. 5분, 10분 정도는 늦어도 괜찮겠지 가볍게 생각하고 감으로 한 시간쯤 계산한 뒤에 주차위치를 바꾸러 도서관 쪽으로 가는 중이었다.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어떤 기계를 들고 도서관 주차 구역 쪽에서 나오는 것을 마주쳤다. 말로만 듣던 인스펙터(Inspector: 각 지역 council에 소속되어 주차 관련 규정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인가 싶어 갑자기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얼른 내 차로 향했다.

내 차 앞 쪽 유리에 붙어있던 벌금 티켓

아니나 다를까, 내 차 앞쪽 유리에 어떤 티켓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1시간이 지나서도 차를 빼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티켓이었다. 주차 시간을 살펴보니 원래 허용가능한 주차 시간보다 10분 정도 초과되었고, 내가 내야 할 벌금은 99달러였다.

화가 나기도 하고, 10분 초과된 것으로 99달러나 내야 한다니 억울하기도 하고 별안간 오만 감정이 다 들었다. 주변에 조언을 구하니, 벌금 면제 신청서를 써보면 면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해당 지역 council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전문용어가 난무해서 AI의 도움을 받아 벌금 면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나의 호주 운전 기록 상 처음 받은 벌금이고, 잘 알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아 내 사정을 헤아려줄 것을 부탁했다.

벌금 지불 기한은 4월 11일이었는데 면제 신청하고 나서 그 전날까지도 따로 연락이 없어서 난감했다. 이 벌금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4월 11일 당일이 되자 Council에서 메일이 왔다. 벌금 면제 신청을 검토 중이니 벌금 지급은 그동안 보류된다는 내용이었다. 면제 신청 후 90일 안에는 답변이 온다고 하니 나는 안심을 하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