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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캥거루를 만나러 가는 길

아이와 함께 주말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

by 라라미미

주말을 앞두고는 아이와 둘이 무엇을 할까 늘 고민한다. 때론 집에서 그냥 뒹굴거리다가 집 앞 도서관을 가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느긋하게 보내는 주말도 있었고, 마음잡고 차를 끌고 나가 교외를 돌아보고 오는 날도 있었다. 가끔씩 트램이나 기차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멜버른 시티를 둘러보며 활기를 느끼기도 했다.


겨울이 되면서 날씨도 흐렸다가 다시 맑아졌다가 변덕을 부리고,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나기도 하며 차츰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날씨가 추워지니 자꾸 몸을 움츠르게 되고 집에만 있게 된다. 점점 추워지는 이번 주말에는 또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집에만 있기엔 답답한 마음이 들어 누군가 추천해 준 'Lysterfields Park'가 떠올랐다.


호주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어딜 가도 동물과 공존하는 호주인들의 삶을 쉽게 엿볼 수 있는데, 특히 교외 큰 공원을 가면 야생 캥거루나 왈라비를 만나볼 수 있다고 들었다. 그중 하나가 이 멜버른 동쪽 외곽에 있는 'Lysterfields Park'인데, 이 공원은 큰 호수를 끼고 있어 그 자체로도 경치가 좋아 가볼 만한 곳이고, 아침 일찍이나 해 질 녘쯤에 방문하면 공원을 돌아다니는 야생 캥거루, 왈라비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오후, 아이를 데리고 차로 약 50분 거리의 위치한 이 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출발한 시간이 한 3시 30분쯤이어서 호숫가에 도착했을 즈음이면 해가 넘어가기 시작할 때쯤이라(겨울이 되니 해는 5시면 넘어가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야생 캥거루를 만나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고속도로에는 차가 꽤나 많았는데, 그래도 막히지 않아서 외곽으로 드라이브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공원까지 5분쯤 남았을까, 슬슬 주변 풍경이 달라지면서 연달아 나타나는 목장들이 눈에 띄었다. 창밖으로는 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거의 다 도착해 공원 입구쯤 들어서자 지도에서 봤던 커다란 과수원(The Ochard at Montague)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과수원에서는 따로 투어도 진행하고, 맛있는 식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쉽게도 오후 4시 30분에 문을 닫아서 다음 기회에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공원 안쪽으로 들어서니 눈앞에 커다란 호수가 펼쳐졌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호수 주변 언덕 너머로 해가 지고 있는 하늘이 무척 아름다웠다. 호숫가에는 오리, 갈매기 등이 헤엄도 치고 먹이도 잡으며 놀고 있었다. 아이는 물을 보자마자 달려가 손을 담가보기도 하고,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오리들이랑 인사도 나누며 호숫가 풍경을 즐겼다. 호숫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말 해가 뉘엿뉘엿 산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공원 안 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주변을 살펴보며 산책을 하다 보니 저 멀리서 콩콩 뛰어다니는 캥거루가 눈에 띄었다. 너무 신기해서 서둘러 캥거루가 사라진 쪽을 향해 달려갔다. 가족처럼 보이는 3마리의 캥거루가 숲 속에서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괜히 우리 쪽으로 달려올까 싶어서 더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하고 멀리서 캥거루들의 모습을 조용히 카메라에 담았다.

공원을 뛰어다니는 캥거루들

호주에 와서도 동물원에 갇혀있는 캥거루만 만나봤지 이렇게 눈앞에서 생생히 뛰어다니는 야생 캥거루를 본 건 처음이라 신이 나고 신기했다. 아이도 같은 기분이었는지 무척 흥분된 상태였다. 다른 방향으로 길을 틀어 호숫가 쪽으로 향하자 또 멀리서 풀을 뜯고 있는 한 마리 캥거루가 보였다. 그 모습을 더 자세히 보고 싶었는지 제제는 아까보다 용기를 내어 캥거루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나도 함께 제제 뒤를 따라갔다. 잔디 위에는 이곳이 캥거루의 서식지인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곳곳에 캥거루들의 배설물이 널려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사람들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캥거루들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이렇게 사람과 공존하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처럼 겪던 일이라 그런 것 같았다. 공원 한쪽에서는 가족들이 모여 바비큐를 굽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캥거루와 새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호주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사람들을 살짝 경계하긴 하지만 도망가거나 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뛰노는 캥거루들

콩콩 뛰어가는 캥거루들의 모습을 실컷 관찰하고 나니 어느새 허기가 졌다. 시간도 흘러 주변은 금세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공원에 왔던 것이 좋았는지 다음에도 한번 더 와서 공원 입구에 있던 과수원도 들러보기로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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