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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친구들과 친해지기

생일파티와 플레이데이트

by 라라미미

시간은 빠르게 흘러 텀 2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다가섰다. 처음 적응할 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는 이제 친구들과 제법 대화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같은 반 친구들과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즐겁게 보내는 것 같다. 감사하게도 지난 6월에 같은 반 친구 3명에게서 생일 파티 초대를 받았다. 6월 21일에는 2명의 친구가 함께 생일파티를 하고, 6월 29일엔 나머지 한 친구의 생일 파티가 예정되어 있었다.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고 보니 생일선물부터 준비해야 했다. 현지 분위기를 잘 몰라 가격대는 어느 정도로 준비해야 할지 또 어떤 종류의 선물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우리 같으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쉽게 선물을 골라 빠르게 배송시켰을 텐데 여기서는 그것도 쉽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테무, 알리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 많은 상품들을 검색해 보니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를 수 있었다. 배송도 일주일이상 걸려 바로 주문을 넣어 두고 인근 마트에서 포장지와 선물을 담을 쇼핑백, 그리고 생일카드까지 구매했다.


제제가 초대받은 생일파티는 모두 파티 전문 공간에서 2시간 동안 2~3가지 정도의 체험활동을 하고 남은 시간에는 간식과 생일케이크를 나눠먹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 외에도 우리 같은 키즈카페나 수영장, 짐네스틱 센터, 골프장 등에서도 아이들의 파티를 주관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이렇게 선물을 준비해서 가고 생일 주관자는 친구들에게 답례품을 나눠주는 모습이 흡사 부모님들의 환갑잔치나 아기들의 돌잔치를 준비하는 느낌이라 조금은 거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도 저학년 때나 이렇게 해줄 수 있다고 하니 많은 친구들이 이런 식으로 생일파티를 갖는 것 같다. 호주 엄마들도 이런 파티에 진심을 갖고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이 직접 아이 생일 케이크를 만들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맞춘 티셔츠를 가족 모두 입고 생일파티를 갖기도 한다. 열정적으로 파티를 준비하고 본인들도 함께 즐기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아이도 생일 파티에서 만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었다.

생일파티가 열린 장소들

방학식 날 플레이데이트

아이가 좀 더 확실히 영어 실력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서는 학교 시간 이외에도 친구들과 만나 놀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여기선 그렇게 친구들과 노는 것을 ‘Play Date’라고 표현하는데, 이 플레이데이트를 해주려면 아이뿐만 아니라 나 또한 현지 엄마들과 교류가 필요했다. 기본적인 영어 회화는 가능해도 엄마들과 스몰토크를 할 정도로 영어가 편하지 않은 데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 보니 마음만 조급해질 뿐 생각보다 같은 반 엄마들과 쉽게 친해지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몇 번의 생일파티에서 계속 비슷한 무리의 엄마들과 마주치기도 하고, 등하교 때 학교에서 같은 학년 엄마들과 얼굴을 익히게 되면서 더디지만 조금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같은 반 친구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방학식 날 자신의 집으로 놀러 오지 않겠냐는 거였다. 자신의 집이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하교 후에 자신이 제제를 데리고 걸어가도 된다는 내용도 덧붙어져 있었다. 두 번째 말을 곰곰이 해석해 보자니 아이만 데리고 가겠다는 의미처럼 들려 내가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내가 이런 플레이데이트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 궁금한 마음에 여기에서 이런 플레이데이트를 하게 되면 보통 엄마들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 엄마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건 네가 하기 나름인데, 최근 분위기는 'Drop and run'이 대세야. 그냥 그 집에 데려다 두고 갔다가 다시 데리러 오는 거지. 보통 애들이 어리면 엄마들도 당연히 함께해야 하지만 말이야. 물론, 네가 있고 싶다면 무조건 환영이니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도 돼.'


진짜 오라는 말인지, 나를 배려한 말인지 실제 의중은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첫 플레이데이트이니 만큼 엄마와도 더 대화를 나누고 친해질 겸 용기를 내어 나도 함께 가보기로 했다. 그냥 빈손으로 가기는 뭐해서 간단한 간식 종류와 지난번에 남편이 한국에서 사 온 작은 장난감을 선물로 챙겼다.


텀 2가 끝나는 날에는 일정이 당겨져 하교시간이 평소보다 1시간 이르다. 2시 30분에 하교한 후 긴장되는 마음으로 초대해 준 엄마와 아이를 만났다. 그래도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진행됐다. 제제도 평소 잘 지내던 친구여서 그런지 만나자마자 즐겁게 놀기 시작했다. 그날은 제제의 친구만 우리를 초대한 것이 아니라 친구의 남동생도 플레이데이트가 있었다. 그 친구의 엄마는 'Drop and run'을 한다고 했다. 엄마는 자신의 집을 간단히 소개해 주고 응접실에 앉아 차를 대접해 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나의 기본적인 신상과 배경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온전히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나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상당히 배려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엄마 역시 남편의 직장 때문에 독일에서 2년 정도 거주한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던 중 남동생의 친구 엄마도 와인 한 병을 사들고 집에 찾아왔다. 나 또한 새로 만난 엄마와 서로 인사를 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와인을 사 온 덕에 초대해 준 엄마가 선물 받은 와인과 간단한 치즈 안주를 내왔다. 그렇게 와인을 나누며 새로 알게 된 엄마와도 통성명을 하고 서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중년의 남성 한 분이 들어오는데 제제 친구의 아빠였다. 퇴근시간이 다 되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아빠도 우리와 합류에 와인 한잔을 마시며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우리 같으면 다른 집 남편이 퇴근하는 모습을 마주칠 때 부랴부랴 집에 갈 채비를 했을 텐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엄마들과 대화를 하는 아빠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아이도 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플레이데이트를 즐기다 보니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이제 더는 이 가족의 저녁 시간을 방해해서는 안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뭔가 내 나름대로 큰 숙제를 해낸 것 같은 후련함과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에 기특함을 느끼며 아이의 손을 감싸 쥐었다. 부모가 천천히 기다려 주기만 하면 시간이 걸릴 뿐 아이는 그 안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궁리를 하며 스스로 알아서 잘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다가올 텀 2 방학에는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며 편한 마음으로 나도 아이와 함께 방학을 맞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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