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테니스 캠프
방학을 앞두고 이번 방학에는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던 중 제제가 배우는 테니스 클럽에 Holiday Clinics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는 지난 텀 2부터 테니스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6명이 함께 듣는 그룹 레슨이라 조금 더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하던 차였다. 이 방학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평소에 수업을 하던 것처럼 5-8세, 8-10세, 10-12세 등 연령대별로 나누어 신청할 수 있었고, 8세 이상 수업부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동안 수업이 계획되어 있었다. 물론, 수업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어 간식을 챙겨 오라는 안내가 함께 있었다. 방학 첫 주 5일 동안 내내 수업이 있었고, 내가 선택하고 싶은 만큼만 선택해서 결제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월, 수, 금 이렇게 3일만 신청해 볼까 하고 수업료를 살펴보는데 하루 수업료가 70달러로, 결코 저렴한 금액은 아니었다. 그런데 5일 수업을 전부 신청하면 20% 할인을 해준다는 내용이 있었다.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3일 신청하나 5일 신청하나 금액 차이가 크지 않을 것 같아 일주일 내내 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방학을 하고 맞는 첫 월요일인데 9시까지 테니스장에 가야해서 평소에 학교에 등교하는 것처럼 서둘러 준비해야 했다. 간식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먹을지도 알 수가 없어 일단은 넉넉하게 챙겼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방학기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 생각보다 빨리 테니스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날이라 그런지 테니스장에 도착해 보니 부모들과 아이들이 섞여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내가 예상한 것만큼 아이들이 많이 신청하지는 않은 듯했다. 7월에 갖는 방학은 겨울이라 따뜻한 곳으로 여행 가는 친구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날씨 때문에 신청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일까 추측해 보았다.
테니스 수업이 4시간이나 되어 아이를 기다릴지 아님 집에 갔다 다시 데리러 와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첫날이니 어떻게 수업하는지도 볼 겸 기다려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볼일을 본 뒤 다시 데리러 오는 것 같았다. 워밍업을 하고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한 시간이 넘게 수업을 했을까, 10시 30분쯤 되자 쉬는 시간을 갖고 아이들은 테니스 코트 옆에 있는 대기실로 들어와 간식을 먹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쉬는 시간을 갖고 다시 11시부터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2시쯤 두 번째 쉬는 시간을 갖고 난 뒤 다시 12시 30분부터 마무리 운동이 이어졌다.
겨울에 날씨가 맑다고 해도 아침에는 굉장히 쌀쌀해서 걱정을 했는데 금방 땀이 나고 더워했다. 춥지 않을까 싶어 옷을 너무 두껍게 입혔더니 더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입고 벗기 편한 얇은 옷을 여러 개 겹쳐 입히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기다리며 4시간 내내 대기실에 앉아있자니 굉장히 지루했다. 아이도 내가 있어서인지 쉬는 시간에도 내 곁에만 머물렀다. 오히려 나 때문에 아이가 선생님, 그리고 새로 만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아 내일부터는 집에 다녀오거나 다른 볼일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른쪽 팔이 아프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다고 해도 아이가 이렇게 오래 테니스를 친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무리가 되는 건가 싶은 마음에 오른쪽 팔목에 테이핑을 해주고 약간 마사지를 해 준 뒤 테니스를 보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둘째 날 테니스 수업을 듣고 나니 오히려 통증이 완화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5일 동안 테니스 레슨을 받는 동안 어느새 일주일이 빠르게 흘러갔다. 아이도 재미를 붙이고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는 듯했다. 그리고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신청한 학생이 거의 없어 마치 개인 레슨처럼 수업을 받기도 했다.
사실 테니스는 한국에 있으면 쉽게 배우기 어려운 운동 중 하나다. 최근 테니스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 우리 동네에도 실내 테니스장이 생기긴 했지만, 워낙 한국은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이렇게 호주처럼 야외에서 테니스를 즐기기에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테니스를 수강하려면 꽤나 비싼 금액을 주고 배워야 한다. 이곳 멜버른도 지금 같은 겨울에는 매일 비 예보가 있어서 비가 오면 수업을 어떻게 할까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테니스 수업을 듣는 동안은 거의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비가 오더라도 잠깐씩 오다가 그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멜버른 겨울은 보통 이런 패턴의 날씨인 듯하다.) 겨울에도 이런 날씨라 골프, 테니스 같은 야외 스포츠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다. 워낙 땅이 넓어 골프장, 테니스장도 많은 편이고,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이런 운동을 즐길 수 있어 초보자들이 새로 배우기에 진입장벽도 낮다. 이용 금액도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래서 이런 스포츠를 배우기 참 좋은 나라인 것 같다.
마지막 날에는 1시간 정도 전에 미리 와서 아이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테니스 실력이 처음에 비해 많이 늘은 것 같았다. 처음에 공도 못 맞추고 라켓을 휘두르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제법 공을 맞춰 상대편 네트 쪽으로 넘길 수 있게 됐다. 서브를 하기 위에 손으로 공을 위로 던질 때도 요령을 몰라 여기저기 공이 튀어 서브도 넣기 어려워하더니 이제는 일정하게 공을 올려 던질 정도는 된다.
일주일 동안 테니스를 배우며 방학 첫 주를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아이도 얼른 다음 텀이 되어 제대로 다시 테니스를 시작해보고 싶다고 하는 것을 보니 이번 테니스 캠프는 나름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