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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멜버른 방문

3대가 함께했던 멜버른 관광 포인트 모음

by 라라미미

올해 추석 연휴가 꽤나 길다. 때마침 아이의 텀 3 방학기간 중 마지막 주와도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4월, 이 기간에 맞춰 부모님이 방문하시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래서 미리 비행기티켓을 알아보고 9월 28일 멜버른에 방문해서 10월 8일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티켓을 예매해 두었다. 멜버른은 호주의 다른 유명한 도시인 시드니, 브리즈번과는 다르게 1년 내내 직항이 없다. 성수기인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만 일시적으로 주 2회~주 3회 정도 직항이 운영된다. 결국 경유해서 오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최저가를 검색하다 보니 말레이시아 항공에서 운항하는 비행기가 그나마 제일 나을 것 같아 그걸로 결정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국을 경유하는 동방항공 혹은 남방항공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항공사의 경우 1인당 수화물을 20kg 2개까지 부칠 수 있다.) 그렇게 비행기티켓을 예매해 두고 과연 이 날이 올까 싶게 까마득하게만 여겨졌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오시기로 한 날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제와 방학의 첫 주를 보내고, 금요일부터는 장을 보러 다녔다. 부모님이 방문하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멜버른 근교 가볼 만한 곳을 추려 미리 일정을 짰다. 사실 우리도 부모님이 오신 다음에 함께 관광지를 다녀볼 계획이라 이제껏 아껴둔 장소들이 꽤 남아 있었다. 멜버른에도 생각 외로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부모님과 함께 가기 좋은 곳들을 정리해 본다. (자동차가 있어 대부분 일정은 차로 이동했다.)


1. 보타닉 가든과 전쟁기념관

부모님이 오신 9월 말에서 10월 초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이다. 여전히 아침저녁은 쌀쌀한 데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있긴 하지만 점점 맑고 화창한 날이 더 많아지고 있다. 낮에도 기온은 한껏 올라 따뜻하다. 그러다 보니 주변 공원들도 푸른색이 짙어졌다. 때마침 날씨도 좋아 멜버른 시티 근처에 보타닉 가든을 찾았다. 이 공원은 정말 규모가 넓어 지도가 필요할 정도이다. 세계 각국의 유명한 나무와 꽃들이 지천에 깔려있고, 중간에 작은 호수도 있어서 산책하기 무척 좋다. 보타닉가든 안에 있는 'The Terrace'라는 브런치카페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공기가 차갑지는 않고 선선해서 야외에서 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공원 안 카페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을 들러보기로 했다. 전쟁기념관은 역사를 좋아하는 아빠를 위한 선택지였는데 제제와 내가 보기에도 볼거리들이 꽤 있었다. 더 좋았던 것은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 1954년부터 꺼지지 않고 있다는 기념관 앞 마당의 'Eternal Flame(영원한 불꽃)'앞에서 사진을 찍고 전쟁기념관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관람했다. 그리고 전쟁기념관 꼭대기에 올라가 보면 전망대처럼 시티 전경과 주변 공원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유료 가이드 투어도 있었지만 우리는 이용하진 않았다.

보타닉가든과 전쟁기념관 앞에 꺼지지 않는 불꽃

*주차팁: 주변 도로에 유료 구역을 이용하거나 보타닉 가든 동쪽 편에 있는 Anderson St에 2P, 3P 구역이 있어서 이용할 수 있다. 운이 좋게 3P자리를 이용할 수 있었다. 전쟁기념관 주변엔 유료구역이 대부분이다. 사전에 Easypark라는 앱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하면 주차료를 결제하기 편하다.


2. 소버린힐

멜버른에서 서쪽으로 대략 한 시간 반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 발라렛이라는 지역이 나오는데 이곳에 금광마을인 '소버린힐'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입장티켓은 현장구매도 가능하지만 방학기간이라 사전에 예매해 가기로 했다. 우리의 민속촌 같은 테마파크로, 1850년대 호주 골드러시 시대를 생생하게 재현한 마을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아이도 어른도 가볼 만한 곳이었다. 공식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그날 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무엇이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다. 혹은 소버린힐 내부 메인스트리트 중간쯤 위치한 'Victoria Theatre'를 방문하면, 입간판에 그날 있는 행사들의 목록과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은 입장료에 포함된 활동이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마인투어 같은 특별한 투어나 체험은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 이용해야 한다. 나는 입장권을 미리 예매하면서 마인투어를 추가로 예매했는데, 'Labyrinth of Gold'라는 테마를 골랐다. (이 외에도 Trapped tour, Secret Chamber tour 등 다른 테마도 있으나 해보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집에서 출발하니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려 겨우 예약한 마인투어 시간(11시 20분)에 맞춰 도착했다. 내가 선택한 마인투어는 깊은 지하 광산 내부를 탐험하며 금광의 위험과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가이드 투어로, 광산 내부 열차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 후 미로 같은 터널과 광산 구조를 따라 탐험해 볼 수 있었다. 처음 지하로 내려갈 때는 칠흑같이 어두운 통로를 통과하느라 약간 무섭기도 했는데, 이내 빛이 생기며 안심이 됐다. 대략 45분 정도 소요된 투어는 생각보다 알차고 재미있었다.

소버린힐 내부에는 식당이 마땅치 않은데, 보통 2군데를 추천한다. 입구 초입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는 Hope Bakery는 호주의 독특한 미트파이와 바닐라슬라이스를 맛볼 수 있는 로컬베이커리로, 앉아서 먹을 곳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보이는 New York Bakery로 향했다. 식당내부가 넓은 편이고 앉을 곳도 많아 우리는 이곳에서 커피와 스콘으로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집에 가는 길에 홉베이커리에서 미트파이와 바닐라슬라이스를 포장해 가기로 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미트파이를 먹어보니 멜버른 다른 곳에서 맛본 것보단 훌륭했지만, 미트파이는 여전히 적응 중이다.

이 외에도 각종 상점들을 둘러보며 구경을 하고, 소버린힐의 명물인 라즈베리 드롭(사탕)을 만드는 공장과 사탕가게를 들렀다. 소버린힐 입구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면 보이는 개울가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금채취를 할 수 있다. Wizard Jacobs Magic show, 군악대 행진, Trooper Demonstraion, Back to School 같은 행사들은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으니 사전에 확인하고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홉베이커리의 미트파이

*주차팁: 소버린힐 입구 앞에 넓은 주차구역이 있어서 편하게 주차할 수 있다.


3. 모닝턴 페닌슐라 핫스프링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위치한 모닝턴에 유명한 온천 ‘핫스프링’이 있다고 해서 들러보기로 했다. 오전 5시~8시 30분 전에 입장하는 Early bird, 오후 6시~8시 30분에 입장하는 Twilight의 경우 기본 입장료보다 50불 정도 저렴하게 입장할 수 있어서 저녁(Twilight) 첫 타임인 6시 입장으로 사전에 예매를 했다. 온천을 즐기기 위해서는 목욕가운이 있으면 좋은데(없어도 되지만, 탕과 탕 사이를 이동하는 거리가 꽤 될 수 있으니 체온보호를 위해 대부분 사람들이 이용하는 편이다.) 시설에서 대여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서 사전에 Kmart나 BigW 같은 마트에서 미리 구입하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락커는 필요할 것 같아 락커, 수건, 목욕가운을 함께 선택하여 대여를 하면 저렴한 가격에 대여가 가능하므로 이 한 묶음을 입장권 예매 시 추가로 구입하기로 하고 나머지 가족들의 목욕가운은 사전에 구비해 갔다. 또, 기본적인 샤워용품과 따로 쓸 수건, 크록스같은 편한 신발도 챙겼다.

모닝턴 가는 길에 Frankston Beach라는 유명한 바닷가가 있어서 잠시 차를 정차해서 구경을 한 뒤, 점심시간에 맞춰 'The rocks Mornington'이라는 식당에 들렀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 다행히 식사할 테이블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유명한 곳인지 주말에는 웬만하면 예약하고 와야 한다고 한다.

점심으로 맛본 홍합탕과 파스타, 해산물이 신선해서인지 맛이 괜찮았다


Arthurs Seat의 전망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굳이 차로 오르지 않고 Eagle 케이블카 이용하면 손쉽게 산 정상까지 올라가며 멜버른 주변 전경을 관람할 수 있다. 우리는 차로 이동하면서 중간중간 Look out 포인트에 정차해서 구경했다. 이곳 바로 옆에는 Enchanted Adventure라는 작은 테마파크가 있는데, 집라인, 슬라이드, 퍼즐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시간이 여의치 않아 이곳은 들르지 않았다. Arthurs Seat에 들른 후, 온천 입장 시간인 6시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소렌토 비치에 있는 The Vanilla Slice cafe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바닐라슬라이스도 함께 주문했는데 이제껏 맛본 바닐라슬라이스 중 가장 맛이 있었다.

아서스시트 룩아웃 포인트에서 본 전경, 이글 케이블카

핫스프링 온천은 5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시간 맞춰 온천으로 향했다. 락커는 우리같이 5인 가족이 쓰기엔 넉넉한 수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이즈가 큰 편이어서 3인가족일 경우 넉넉하게 이용할 수 있을 듯했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목욕가운을 걸치고 온천으로 들어갔다. 숲 속에 예쁘게 꾸며있는 따뜻한 온천물에 들어가니 몸이 절로 노곤노곤해지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약간 쌀쌀한 해 질 녘 공기는 온천을 즐기기엔 아주 적합했다. 게다가 날씨도 무척 좋아서인지 땅거미 지는 하늘 색깔이 무척 아름다웠다. 이곳 핫스프링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은 'Hill Top힐탑'온천이었는데 약간 언덕으로 솟아있는 이 온천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특히, 노을이 질 무렵에 찾으면 해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운이 좋게도 해지기 직전에 이 힐탑을 찾아 온천물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라 이용시간은 10분으로 제한되어 있고, 사람이 많으면 줄을 서서 기다린 후 이용해야 한다.)

힐탑에서 본 노을


4. Puffing Billy

퍼핑빌리는 멜버른 동쪽 단데농 산맥에서 운행하는 역사 깊은 증기기관차이다. 1900년대 초반 목재와 농산물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지금은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 코스가 됐다. 느린 속도로 달리는 증기기관차 창문 밖으로 다리를 내밀고 걸터앉아 여행하는 것이 이 열차의 가장 독특한 점이다. 다만 워낙 멜버른 관광의 필수 코스라 티켓을 아주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 투어사에서 미리 잡아두는 티켓들이 있어서 투어를 이용하면 예약하기도 쉽고 편하게 갔다 올 수 있긴 하지만, 원래 티켓가격보다는 비싸기도 하고 편도로만 이용할 수 있는 아쉬움이 있어서 나는 부모님 오시기 전에 미리 티켓을 예매해 두었다. 티켓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는 가장 짧은 코스인 벨그레이브~멘지스 코스로 예매를 했다.

출발시간 30분 전까지 기차 티켓 발권을 마쳐야 해서 조금 서둘러 벨그레이브 역 쪽으로 향했다. 집에서는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로 주차할 시간까지 생각하면 넉넉잡아 한 시간 전에 출발하는 것이 여유롭다. 발권을 하고 나면 기차 플랫폼으로 들어가 미리 줄을 서는 것이 좋은데 대부분 사람들이 기차의 오른쪽 창가 쪽에 다리를 내놓고 걸터앉으려다 보니 자칫 늦었다가는 그 자리를 선점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줄을 늦게 선 바람에 처음 멘지스로 가는 기차에서는 창밖에 걸터앉지 못했으나 왕복티켓이었기 때문에 돌아올 때는 미리 자리를 잡고 있어서 다행히 창가에 걸터앉을 수 있었다. 멘지스에 도착해서는 한 20~30분 정도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주어지는데 나는 이미 한 번 가본 곳이어서 기차에 남아 자리를 잡기로 하고 나머지 가족들만 주변을 돌아보고 오기로 했다. 멘지스 역 바로 옆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어서 그곳을 가봐도 되고 카페가 한 군데 있어서 커피 한잔을 먹어도 좋다.(다만 대부분 사람들이 함께 이동하므로 줄을 서야 할 수도 있다.)

*주차팁: 원래는 벨그레이브 역 주차장을 이용하면 좋다고 되어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주차장입구로 가는 길이 공사 중이어서 입구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결국 걸어서 한 5분 거리 도로에 주차를 했다. 아는 지인은 퍼핑빌리 벨그레이브 역 바로 아래쪽에 있는 퍼밋존에 허락을 받고 주차를 했다고 하는데, 역 쪽에 문의를 하고 주차하는 것이 필요하다.


5. Great Ocean Road

멜버른에 오면은 한 번은 들러야 한다는 그레이트 오션로드. 편도 거리만 300km로, 내가 직접 운전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한인투어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당일투어로 굉장히 이른 시간에 시티에서 집결해서 함께 출발하는 일정이라 조금 긴장이 되었다. 오전 7시 30분에 모이기로 약속이 되어있어서 일찍 일어나 차를 끌고 시티로 향했다. 시티 곳곳에는 유료 주차장이 있는데, 하루 주차료가 대부분 20~30달러 정도이다. 집결장소에서 멀지 않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투어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투어버스에 올라타 차로 2시간쯤 이동했을까,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시작점이라는 Memorial Arch에 도착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퇴역한 군인들을 활용해 이 해안도로를 건설하게 되었고, 그 당시 도로건설에 참여한 군인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기념물이라고 한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아폴로베이라는 마을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12 사도가 있는 해안절벽으로 향했다. 이 12 사도는 그레이트 오션로드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원래 12개의 커다란 석회암 바위 기둥들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는 침식으로 인해 7~8개의 기둥만 남아있고 여전히 침식은 진행 중이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접하던 곳을 직접 눈으로 담게 되니 새삼 새로웠다. 그리고 그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해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벅찼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햇빛에 빛나는 바닷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바람이 정말 거세게 불고 파도가 크게 쳤다. 원래 이곳은 전망대가 한 곳이었는데 최근에 새로운 전망대가 지어졌다고 해서 두 군데 모두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는 헬기투어도 경험해 볼 수 있는데, 1인당 195달러의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냥 전망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헬기투어를 신청하면 시간 관계상 걸어서는 둘러볼 시간이 부족하고 헬기에 타서 해안가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하늘에서 보는 12 사도와 그 주변 풍경도 가히 장관일 것 같다.

차로 조금 더 이동해서 런던브릿지라는 해안 절벽에 들렀다. 그레이트오션로드의 런던브릿지(London Bridge)는 원래 해안 절벽과 바위가 아치 모양의 다리 형태로 연결되어 있었던 자연 바위 구조물이었는데, 1990년 1월, 중간에 있던 아치 하나가 무너지면서 바다와 완전히 분리되어 현재는 섬처럼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또 이 인근에 위치한 그로또(The Grotto)라는 다른 자연 명소도 가볼 수 있었다. 바닷가에 위치한 동굴형태의 지형으로 인생샷을 찍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우리 가족도 함께 동참해 보았다. 투어일정을 다 마치고 나니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지고 시간은 5시가 다 되어갔다. 돌아갈 때는 해안도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내륙도로를 이용해 곧바로 시티로 향했는데 중간에 주유를 하기 위해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이용하고 그곳 편의점에서 간식류로 간단히 허기를 달랬다. 원래 집결지로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장장 12시간 넘게 당일투어를 하고 나니 정말 피곤했다. 서둘로 주차한 곳으로 가서 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니 9시여서 얼른 씻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몸은 지칠 때로 지쳤지만 그래도 여행 후에 가족들에게 어떤 곳이 제일 기억에 남냐고 물었더니 모두 이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꼽았다.

12사도
런던브릿지
그로또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많은 것 같은데 어느새 부모님께서 돌아갈 날이 다가왔다. 아이가 개학하고 난 뒤라 아이 학교에 함께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기도 하며 나의 일상도 함께 해 볼 수 있었다. 또, 멜버른 시티 안의 명소들을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빅토리아 마켓, 빅토리아주립도서관, 플린더스 역, 세인트폴 대성당, 호저레인 등을 둘러보았다.

하루는 여유로운 일정을 가지며 우리가 사는 동네 주변을 탐방하고 해질 무렵 인근 공원에서 야생캥거루를 만나기도 했다. 열흘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멜버른 생활도 보여드리고 주변 관광지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부모님 오시기 전에 내내 안 좋던 날씨마저 우리가 관광할 땐 대부분 맑은 날씨로 바뀌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아이의 학교 생활에만 집중해서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던 나의 일상도 약간의 휴식을 갖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날,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며 할머니 할아버지와 작별인사를 마치고 오후 비행기로 출발하는 부모님을 공항에 바래다 드렸다. 막상 헤어질 때가 되니 서운한 마음이 앞섰지만, 이제 곧 한국에서 다시 뵐 날을 기다리며 부모님과 작별을 고했다. 이제 내일부턴 또다시 원래 일상으로 돌아간다. 나와 제제에게는 이제 마지막 텀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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