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돌아갈 준비를 하다

살던 집, 타던 차 정리하기

by 라라미미

부동산에서 10월 중순쯤 메일이 왔다. 우리 계약 만료일자가 다가오니 앞으로 더 연장을 할 것인지 아님 퇴거를 할 것인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퇴거를 하게 되면 해야 할 일들을 체크리스트로 보내주었는데, 다음과 같다.


- 키 반납하기

- 렌트비 확인하기(월세를 자동이체해 두었다면 자동이체 해지하기)

- 퇴거 점검받기(Vacate Inspection)

- 전기세 수도세 확인(전기는 퇴거 점검을 하는 날까지로 마무리 짓기)

- 카펫 청소 및 퇴거 청소하기


이런 메일을 받고 보니 먼저 우리가 언제 퇴거를 할지 정확한 날짜를 정해야 했다. 계약 만료일자는 2026년 1월 19일이어서 그날까지 거주할 수 있었지만, 그날 아침에 짐을 다 빼고 퇴거청소를 하고 난 후에 키 반납까지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남은 항공사 마일리지를 사용하기로 해서 한참 전에 귀국 편 비행기표를 1월 19일 밤 10시로 이미 예약을 해 둔 상황이라, 만약 1월 19일에 퇴거를 한다면 이 모든 일을 하루에 처리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리일 것 같아 며칠 앞당겨 짐을 다 빼고 멜버른 시티 쪽에 숙소를 구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정한 퇴거일자는 26년 1월 15일 목요일이었다.


퇴거 날짜를 정하고 바로 퇴거청소를 알아보았다. 보통 퇴거청소는 부동산에서 알려준 2~3군데 청소업체 중에서 선택하여 퇴거날짜 2주 정도 전부터 정하면 된다. 내가 개인적으로 알아본 후에 좀 더 저렴한 곳을 찾아 청소를 맡기고 싶지만, 이 경우 부동산에서 퇴거 점검을 할 때 청소 상태를 두고 뒷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부동산에서 알려준 업체 중 한 군데에 연락해 보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날짜인 1월 15일에 오전과 오후 중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날 오전 9시로 예약을 해 두었다.


미리 짐을 빼기로 결정하면서 공항 가기 전에 묵을 숙소도 알아봐야 했다. 멜버른 시티 안에서 주말을 포함해 4박을 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꽤 많은 숙박비를 지불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가격은 비싸지 않으면서 룸컨디션이 괜찮은 곳, 마지막 날인 19일 오전에 체크아웃을 한 후 저녁에 공항을 가야 했으므로 프런트가 있으면서 짐 보관 서비스가 가능한 곳, 스카이버스를 타고 멜버른 툴라마린 공항을 갈 계획이어서 스카이버스 정류장인 서던크로스 역에서 가까운 곳 정도로 조건을 추려 어렵사리 예약을 해 두었다.


집을 정리하면서 그나마 다행인 건 Full furnished로 구한 집이라 내가 구입한 가전들은 따로 없어 이를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이 조건으로 월세가격이 좀 비싼 편이라 망설였었는데, 돌아가려고 보니 꽤나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쓰던 중고차는 어떻게 할까

가장 고민되고 머리가 아픈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중고차 처리 문제였다. 차는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활용하긴 좋을 테지만 출국이 임박한 상황에서 처리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 지인 중에 차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직거래로 차를 정리하는 것이다. 혹은 중고차 판매 플랫폼인 카세일즈닷컴(www.carsales.com.au)나 Facebook Marketplace에 내 매물을 올려서 원하는 사람을 직접 찾는 방법도 있었다.


그래서 사실 11월 중순부터 주변 지인 중에 차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둔 상황이었는데, 생각보다 연락 오는 사람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던 차였다. 직거래를 하게 되면 중고차 딜러에게 차를 판매하는 것보다 가격을 잘 받을 수 있지만 이 방법만 마냥 믿고 기다리긴 어려웠다. 그래서 마음을 내려놓고 중고차 판매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중고차 매장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중고차 거래를 하기 위해선 내 차량의 RWC를 발급받아야 했다. RWC(Roadworthy Certificate)는 빅토리아주에서 등록된 차량을 판매할 때 공인 정비소에서 안전 점검을 받고 난 다음 내 차량이 판매하기에 알맞은지 알려주는 일종의 증명서로, RWC를 발급받는 비용은 150~250불 정도다. 보통 문제가 없으면 이 선에서 점검을 받고 바로 발급받을 수 있으나 검사 후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수리비가 추가될 수도 있다. 게다가 유효기간은 발행일로부터 30일이라 판매하기 직전에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에 차량을 판매하려면 세차를 해서 깔끔한 상태의 차량의 사진을 촬영한 후 시세를 확인해 적정 판매가를 설정한 다음 판매글을 업로드해야 한다. Facebook Marketplace에 올려도 되지만, 인증되지 않는 불특정 다수에게 오픈되어 직거래를 할 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중고차 판매 플랫폼 중 가장 유명하고 안전한 카세일즈 닷컴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알아보니 내 판매글을 광고하기 위해서는 3가지 광고 패키지가(Standard, Premium, Ultimate) 있는데 가장 기본인 Standard도 기본 100불 정도는 내야 했다.

카세일즈에 내 차를 올리기 위해 받은 광고 견적

이렇게 RWC도 발급받고 광고비도 내면서 연락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차를 쓸 만큼 최대한 사용하고 중고차 딜러에게 직접 바로 판매하는 방법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세일즈 Instant Offer를 이용하면 소유차량의 주행거리 연식 기본적인 사항 등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견적을 받을 수 있고, 직접 딜러가 방문하여 차량의 상태를 점검해 본 후 가격을 책정한다. 책정된 가격이 마음에 들면 바로 차량을 판매하고 명의 이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우선 대략적인 점검을 받았을 때 가격 범위를 알아본 뒤에 카세일즈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내 차량 판매를 신청하면 24시간 안에 응답이 온다. 이 방법만 알아보기는 아쉬워서 지인에게 추천받은 Melbourne's Cheapest Car라는 오프라인 중고차 판매 매장도 가보기로 했다.


이렇게 딜러에게 차를 판매하면 내가 원하는 좋은 가격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마지막 차를 쓸 수 있을 만큼 쓰고 처분할 수 있다. 또 이 경우에 RWC은 굳이 발급받지 않아도 되고 명의 이전 처리 문제도 직거래보다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처음에 올 때도 집과 차를 구하는 일이 가장 큰일이었는데, 돌아가려고 보니 역시나 이 두 가지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일이었다. 출국하는 날까지 짐을 정리하고 그 외에도 할 일들이 꽤나 많이 남아있지만, 이제 곧 나와 제제를 데리러 올 남편이 오면 함께 해결할 수 있을 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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