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도 사교육을 많이 한다(물론, 예체능 위주!)
그동안 제제가 재미있게 배우던 모든 방과 후 활동도 한국 돌아가기 전까지 정리가 필요했다. 제제는 텀1부터 수영, 짐네스틱을 배우고 있었고, 텀2부터 테니스, 바이올린을 추가로 배워오고 있었다. 모두 주 1회 수업으로 등록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우선 수영과 짐네스틱은 모두 2주 전에 센터에 고지를 해 주어야 수업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그래서 텀4가 끝나는 주까지만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미리 2주 전에 수업 중지를 신청해 두었다.
작년 한국에서 아이는 자유형 기초까지 배우고 호주에 왔다. 때마침 집 근처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 안에 수영장이 있어 자연스럽게 수영을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되었다. 주 1회 30분 수업인 데다가 호주 교육 특성상 체계적으로 기본자세나 영법을 알려주는 편은 아니어서 얼마나 늘까 싶었는데, 텀4까지 꾸준히 다닌 현재 접영까지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자세를 하나씩 짚어가며 배운 것이 아니라 교정은 필요하다. 그래도 제제에게 가장 좋아하는 운동을 이야기하라면 수영을 먼저 꼽을 만큼 수영을 좋아하고 즐겼다. 수업 외에도 주말에 자유 수영을 하러 간 적이 많아 수영복이 금세 너덜너덜해져 2번이나 새로 바꿔야 할 정도였다.
짐네스틱은 이곳 호주 여자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스포츠 중 하나인데, 물구나무서기, 옆돌기 등 다양한 체조를 배우는 수업이었다. 학교 쉬는 시간에도 제제 친구들이 짐네스틱을 하고 노는 바람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체형이 좋아지고 유연성도 늘어 만족스러운 활동이었다. 이 수업이 재미있었는지 집에서도 잠옷바람으로 벽에 물구나무를 서고, 옆돌기를 하며 생활 속에서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테니스는 텀별로 선결제를 하게 되어 있어 텀4의 마지막 주까지 있는 수업까지만 들으면 됐다.
작년에 제제는 가끔씩 아파트 체육관에서 아빠와 배드민턴을 치며 곧잘 할 줄 알게 되었는데, 호주에 와서도 배드민턴을 배우고 싶어 했다. 호주에서는 배드민턴을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고 공원이나 학교 근처로 테니스장이 많아 오히려 배드민턴보다 접근성이 좋았다. 나도 10년 전, 제제를 낳기 직전에 테니스를 배우면서 간신히 초보딱지를 뗐었는데 호주에서 아이와 함께 배우고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같이 배워보자고 했더니 처음에 아이는 크게 내켜하지 않았다. 그래도 배드민턴과 비슷하게 라켓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라는 점에 마음을 열고 텀2부터 둘 다 테니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 제제는 공도 맞추기 어려워했다. 그래도 이곳이 호주라 그나마 아이에게는 다행이었을까. ㅎㅎ 기본자세나 스윙 연습보다는 공을 갖고 논다는 느낌으로 수업이 진행되어 쉽게 흥미를 붙이고 즐겁게 참여했다. 다만 이렇다 보니 실력이 느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텀2 끝나고 한번, 텀3 끝나고 한번, 총 2번에 걸쳐 Holiday Clinics 프로그램(방학 중 1주일 동안 매일 4시간씩 진행되는 테니스 집중 수업)에 참여했는데 나름대로 도움이 많이 됐다. 아이도 생각보다 꾸준히 느는 실력에 재미를 느끼며 텀4 중간부터는 개인레슨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룹레슨은 6명 정원에 1시간 수업이 30달러였지만, 개인레슨은 45분 수업이 75달러, 60분 수업은 90달러였다. 그래도 아이가 배워보고 싶다고 하니 텀4 마지막은 개인레슨으로 바꾸어 수업을 듣기로 했다. 60분 수업을 원했지만, 금액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힘들어할 것 같아 남은 7주 차의 수업은 45분 개인레슨으로 진행했다.
마지막 테니스 수업이 있던 날, 한국에서 온 아빠도 처음으로 제제의 수업을 지켜볼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실력이 꽤나 늘은 것을 보고 우리 둘 다 뿌듯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개인레슨을 지도했던 코치와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테니스 수업을 마무리했다.
바이올린은 그룹레슨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10회차씩 사전에 결제를 해서 수강을 하고 있었고, 공교롭게도 마침 텀 4가 끝나는 주에 수업 차수가 10주 차여서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됐다.
지난 5월 초, 잠깐 멜버른을 방문했던 아빠가 한국에서부터 업어왔던 중고 바이올린으로 시작하게 된 10주 간의 그룹레슨. 주 1회 30분, 적게는 네다섯 명에서 많게는 열댓 명까지도 있던 그룹레슨이다보니 '실력이 늘긴 할까, 개인레슨을 알아봐야‘하는 의구심으로 시작했던 수업이었다. 그래서 처음 10주 차가 끝나고 나서 다른 곳의 개인레슨을 알아볼까 했지만, 아이가 생각보다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고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실력, 운영 면에서 무척 훌륭하신 분인 것을 알게 되고는 10주 더 연장해서 수업을 듣기로 했다.
바이올린은 내가 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니라 아이가 어려워할 때 도와줄 수 없어서 답답했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아이의 자기 주도 연습을 가능하게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그룹레슨에서 살짝 듣고 온 곡을 연주하고 싶은 마음에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유튜브의 바이올린 기초 영상을 찾아보며 혼자서 악보를 보고 교재에 있는 곡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피아노를 배우고 와서 악보를 읽을 수 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텀2부터 시작한 바이올린 수업은 텀별로 작은 발표회가 있었는데, 바이올린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있던 첫 발표회부터 '반짝반짝 작은 별'(바이올린을 배우면 가장 처음에 배우는 곡 중 하나다.)을 연주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마지막 텀에는 개인별로 연주하는 것이 아닌 합동 공연을 준비해야 해서 연습량이 더 많아졌다. 이렇게 텀2, 텀3의 개인 연주 발표회, 텀4의 합동 공연, 그리고 크리스마스 봉사 공연까지 거치면서 아이가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이 늘어나고 소리도 더 풍성해졌다. 여기서도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으로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돌아갈 때쯤이 되니 스즈키 1권에 있는 곡 대부분을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배웠던 활동 중에 가장 가성비도 좋고 실력도 가장 많이 는 것 같아 아이가 대견하다.
처음에 호주에 오기 전엔 우리같이 사교육을 많이 하는 곳은 아닐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막상 이곳에 와보니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 끝나고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 놀랐다. 다만 우리와 다른 점은, 우리가 영어 사교육에 쏟는 시간과 돈 대신 음악, 체육 등 예체능 위주로 수업을 듣고 있어 훨씬 시간적으로, 정서적으로도 여유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물론, 고학년으로 가면서 우리가 논술 수업을 듣는 것처럼 이곳 학생들도 영어나 수학 과외를 받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제제가 더 즐겁게 학교를 다닌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학교 끝나고 많은 교재를 짊어진 채 영어학원 수학학원을 찾는 것이 아닌,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수영을 하고 테니스를 치고 짐네스틱을 배우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지낸 이 호주 생활을, 제제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