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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an 31. 2018

현직 판사 "모른 체한 자들도 공범"

미퍼스트 운동 제안



문유석(49)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최근 벌어진 검찰 내 성폭력 사건 관련 '미 퍼스트(#MeFirst)' 운동을 제안했다.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미투(#MeToo)' 운동에 연대의 뜻을 보낸 것이다.    


         



문 판사는 30일 자신의 SNS에 검찰 내 성폭력 사실을 고발한 서지현 검사의 증언을 거론하며 "딸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분노와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명심할 것이 있다.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가해자들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 이런 짓을 끝내려면 피해자 서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문 판사는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언컨대 우리 사회가 성희롱, 성추행에 대해 가혹할 만큼 불이익을 주는 사회라면 이들은 폭탄주 100잔을 먹어도 콜린 퍼스(영국 배우)보다 신사적인 척 할 것"이라며 "(성폭력 가해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불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투 운동에 지지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내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미 퍼스트(Me first)' 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서 검사님이 당한 일이 충격적인 것은 일국의 법무부장관 옆에서, 다수의 검사가 뻔히 두 눈 뜨고 지켜보는 장례식장에서 버젓이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라며 "눈앞에서 범죄가 벌어지는데 그깟 출세가 뭐라고 그걸 보고도 애써 모른 체한 자들도 공범"이라고 성범죄 현장에 있던 법조인들을 비판했다.


그는 "한 명, 단 한 명이라도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하며 제지한다면 이런 일(성폭력)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한 마디"라며 "나부터 그 한 사람이 되겠다. 그동안도 그러려고 노력했지만, 앞으로는 더 노골적으로, 가혹하게, 선동적으로 가해자들을 제지하고, 비난하고, 왕따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게시글은 31일 오후 2시 기준 3000여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고 480여 회 넘게 공유되며 공감을 얻고 있다.


한편, 문유석 판사는 소설 '미스 함무라비', 에세이 '판사유감' 등을 쓴 작가이자 현직 법조인이다. 지난해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이라는 칼럼으로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다음은 문유석 판사의 글 전문이다.


딸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서지현 검사님이 겪은 일들을 읽으며 분노와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이 따위 세상에 나아가야 할 딸들을 보며 가슴이 무너진다.


하지만 명심할 것이 있다.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연히 공감해야 하지만, 거기 그쳐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런 짓을 저지르는 가해자들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 그들은 아무리 만취해도 자기 상급자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이들은 절대 반성하지 않는다.


이런 짓들을 끝내려면 피해자 서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보다 강해져야 한다. 한 명 한 명의 힘으로 부족하면 머릿수로라도 압도해야 한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실질적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위협이 있어야 억지로라도 조심한다. 단언컨대 우리 사회가 성희롱, 성추행에 대해 가혹할 만큼 불이익을 주는 사회라면 이들은 폭탄주 100잔을 먹어도 콜린 퍼스보다 신사적인 척할 것이다. 이런 짓거리야말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불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도 바뀔까 말까다. 성욕이란, 지배욕이란 그만큼 강력하다.


me too 운동에 지지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내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me first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 검사님이 당한 일이 충격적인 것은 일국의 법무부장관 옆에서, 다수의 검사가 뻔히 두 눈 뜨고 지켜보는 장례식장에서 버젓이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다.눈앞에서 범죄가 벌어지는데 그깟 출세가 뭐라고 그걸 보고도 애써 모른체한 자들도 공범이다. 한 명, 단 한 명이라도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하며 제지한다면 이런 일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단 한 마디다.


나부터 그 한 사람이 되겠다. 그동안도 그러려고 노력했지만, 앞으로는 더 노골적으로, 가혹하게, 선동적으로 가해자들을 제지하고, 비난하고, 왕따시키겠다. 그래서 21세기 대한민국이 침팬지 무리보다 조금은 낫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겠다.


#MeFirst 



사진 출처=문유석 페이스북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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