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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Feb 22. 2018

[에디터 수첩] 조민기의 3일,

해명이 화를 키운다



성추행 파문과 관련, 배우 조민기가 자신의 처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소속사의 경우 '강력부인'에서 '경찰수사 필요한 사안'으로 톤의 차이를 확연히 보이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인 그는 일관된 입장이다. 자신의 심경을 강조하는 해명만 늘어난다. 그런데 입을 열수록 제 무덤만 파는 격이란 생각이 짙어진다.              



사진 출처=YTN 방송 영상 캡처



지난 20일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부교수인 조민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글이 온라인 상에 익명으로 게시됐다. 해당 글로 인해 조민기가 지난 2017년 3월, 청주대로부터 성추행 의혹으로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민기는 현재 사표를 낸 상태이며 오는 28일 면직 처분을 받는다.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미투' 캠페인에 힘을 얻어 논란이 공식화되자, 조민기는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명예훼손을 주장했다. 20일, 사건이 터질 때만 해도 조민기는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명백한 루머"라며 강경하게 나섰다.


그러나 다음날인 21일, 그는 JTBC '뉴스룸'과 전화 인터뷰에서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한 아이들이 있다. 노래방이 끝난 다음에는 '수고했다'고 안아줬다. 격려였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내 딸과 같이 너희 동갑이니까 친구하라고 했던 애들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나"라고도 말했다. 


            

사진 출처=SBS 방송 영상 캡처



결과적으로, 조민기의 해명은 더 큰 비난만 낳았다. 자신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한 꼴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말이기도 했다.


조민기는 같은 날 방송된 채널A '뉴스TOP10'에서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교수한답시고 그나마 스케줄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런 과정을 다 겪으면서 7년을 근무했는데, 남는 게 이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 교수라는 명예보다 내 모교고, 내 후배들이고, 그래서 와 있는 건데, 그런 학교에서 그런 음해가 계속되면 난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일체의 논란을 학교측의 '음해'로 일축하려는 조민기의 시도는 반동만 일으켰다. 그의 지위와 권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과 활동 중인 배우까지 나섰다.


자신이 청주대 연극학과 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피해자는 JTBC를 통해 "교수님이 한 학년에 한 명씩을 지정해서 '내 여자'라고 불렀다"고 했다고 말했다.


청주대 졸업생인 배우 송하늘은 SNS에 "조민기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견딜 수 없다"며 "조민기가 자신이 머무는 학교 근처 오피스텔로 불렀다. 억지로 침대에 눕게 하고,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윌 엔터테인먼트



또한 22일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청주대 졸업생이라는 한 네티즌이 "피해자가 말한 진술은 모두 사실이다. 조민기가 소파에 앉아 있는 나를 뒤에서 껴안으며 자신의 성기를 내 엉덩이에 갖다 대면서 편하게 누워서 자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22일 오전에는 조민기의 거짓말이 드러나기도 했다. 앞서 조민기가는 청주대 중징계 사유에 대해 "수업 중 언행으로 인한 것일뿐 성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22일 청주대학교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조민기가 '성추행 관련 학교 측의 조치'로 중징계를 받았음이 기록돼 있다.


조민기가 해명해야 할 것은 '의도'가 아니다. 성범죄에서 의도가 더 이상 힘을 얻어선 안 된다. 딸 같아서, 친근한 마음에, 위로해 주려고…. 선의는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특히 성범죄처럼 젠더 권력이 작용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가해자의 의도를 분석하기보다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게 먼저여야 하는 이유다. 조민기가 진정 의혹을 벗고 싶다면 두루뭉술한 변명은 이쯤에서 그만둬야 한다.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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