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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Feb 24. 2018

[인터뷰] ‘라라’ 산이

 “언제 제 얼굴을 스크린에서 보겠어요”



래퍼 산이(본명 정산, 33)의 연기 도전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것이다. 산이는 자기 자신도 그런데 관객 분들은 어떠시겠냐며 호탕하게 웃었으나, 그의 노력만큼은 여느 신인 배우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가득 뭉쳤다. 6개월 동안 연기에 흠뻑 빠져 있었다는 그는 (22일) 개봉한 영화 ‘라라’(감독 한상희)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다.


영화는 헤어진 여자 친구 ‘윤희’의 흔적을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공교롭게도 산이는 작곡가 청년 지필 역을 맡아, 마찬가지로 음악을 하는 자신과의 관계성을 찾으며 깊은 몰입을 이뤘다.     


        



“한 문장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잘못 말하면 혼나기도 좋은 주제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기나 음악 듣는 걸 좋아했던 것처럼, 언젠가 나도 연기자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어요. 언제 제가 제 얼굴을 스크린에서 보겠어요? 그래서 용감하게 도전을 해봤죠.”


연기는 산이에게 그저 별천지 같았다. 깊이조차 남다른 세계. 음악만 꽤 오래하던 그는 이번 연기 도전을 통해 모든 직업을 존중하게 됐다. 쉽게 올 수 있는 기회도 아니었고, 조금 하는 척을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보니 엄청난 공부가 요구됐다.


“다행히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지도 선생님이 계셨고, 연극배우 길혜연 선생님도 찾아봬 여쭤봤죠. 심지어 양동근 형한테도 가서 물어봤어요. 처음에는 괜히 내가 그분들의 시간을 뺏거나 피해를 주는 걸까봐 걱정 됐어요. 하지만 그분들을 만나면서, 직접 부딪혀도 보고, 최대한 가서 문을 두드려 배울 수 있는 건 배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길혜연 선생님은 좋은 책들을 많이 추천해주셨어요. 사실 동근이형은 저한테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치만 계속 자신감을 주셨던 것 같아요.”    


         



래퍼들은 평소에 말할 때에도 특유의 ‘쪼’가 묻어나기 마련이다. 연기에 도전하는 래퍼들이 불가피하게 맞닥트리게 되는 문제 중 하나다. 예능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온 산이는 한마디만 꺼내도 자신의 랩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 외에도 무수한 래퍼의 고충을 산이는 어떻게 극복해냈을까.


“예전에 JYP로 옮기고 ‘맛 좋은 산이’로 데뷔하고 나서 보컬, 연기 등 레슨이란 레슨은 다 받았어요. 가만히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말할 때의 습관이나 걸음걸이 같은 것들도 선생님들께서 많이 지적해주셨어요.


카메라 앞에서 실제처럼 행동해야 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죠. 카메라가 앞에서 돌아가고 있지만 의식하지 않고 행동해야하는데, 또 그 와중에 등도 곧게 세워야 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룰이 있더라고요. 그 걸 가늠하는 게 되게 어려웠어요.”


첫 영화와 함께 첫 주연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제대로 된 연기 도전 자체가 처음이라 쉽진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산이는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슬럼프’를 꼽았다.


“굉장히 공들여온 무언가가 한꺼번에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어요. 배역에서 빠져나오는 게 힘들었다는 게 아니라, 다시 음악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맘처럼 되지가 않더라고요. 일하는 게 막 싫어지는 거예요. 영화를 찍고있을 때에는 직업에 대한 존중이 생겨서 음악하는 것 자체가 소중하게 느껴졌거든요. 앞으론 음악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는데, 막상 영화 촬영이 끝나니까 오히려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부모님을 뵈러 미국을 갔다 오니까 다시 편해졌어요. 신기하게도. 친구들의 응원과 부모님을 만난 게 큰 위안이 된 것 같아요.”


2편에서 계속


사진 한제훈(라운드테이블)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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