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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Mar 05. 2018

‘키스 먼저 할까요?’

김선아·감우성, 좀 살아본 싱글들의 명장면 4



로맨스는 TV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몇 년 사이 타임슬립, 액션, 추리 등 장르물이 인기를 모으면서 좀처럼 정통 멜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멜로는 대략 20대 시청자를 타겟으로 삼으며 대학이나 직장을 배경으로 했다. 그래서일까, 일명 ‘멜로눈깔’로 통하는 감우성이 4년 만에 선택한 신작 ‘키스 먼저 할까요’가 안방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는 좀 살아본 어른들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인기 드라마에는 꼭 나온다는 연기돌도 없고, 재벌 주인공 없이도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주인공으로는 전 남편의 빚을 갚고 있는 돌싱 스튜디어스 안순진(김선아 분)과, 화려한 과거를 뒤로하고 아날로그맨으로 굳어가는 카피라이터 손무한(감우성 분)이 등장한다. 그냥 아는 지인이라도 일상이 궁금할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을 내세운 ‘키스 먼저 할까요’의 인기 요인은 뭘까?


지상파 황금 시간대에 무인모텔과 성인용품까지 등장해도 ‘민망하다’기보다 ‘재밌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분명 감우성과 김선아, 관록 있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 덕분이다. 그리고 극 저변에 깔린 싱글들의 공감 코드가 마음을 건드린다. 깔깔거리고 웃다가도 어느 순간 거울 속 나를 보는 듯이 동화되는 이 마성의 드라마. 아픈 곳 쿡쿡 찔리면서도 가려운 곳을 벅벅 긁어주는 것 같은 시원함에 자꾸만 눈이 가는 ‘키스 먼저 할까요’의 명장면을 모아봤다. 



만사가 귀찮은 싱글남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을 가진 손무한(감우성 분)은 오랜 직장동료는 물론이고 동네 이웃들에게도 차갑게 구는 이성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아니, 사실 만사가 귀찮은 남자로 이해하는 게 빠르다. 아랫집에 사는 안순진(김선아 분)이 욕실 천장에서 물이 샌다고 항의하러 찾아오자 초인종 소리를 듣고도 무시해 버리는, 싱글들이라면 으레 한 번쯤 해본 적 있는 외면하기 기술을 보여준다.


 

고독을 즐기지만 고독사는 두렵다
             



손무한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문이 고장 나 꼬박 3박 4일을 욕실에 갇혀 있었다. 휴대폰도 없이 알몸으로 갇히자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체온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손무한에게 가족이라고는 같이 사는 반려견 별이 뿐. 때되면 귀가하는 가족에게 발견될 일도, 그사이 누군가 방문해 구출될 확률도 희박했다. 마침 한파가 덮치며 아파트 전체가 단수되자 손무한은 이대로 죽겠다는 생각에 치약으로 유서를 써내려갔다. 그러나 이 절박한 상황에 손무한의 생에 대한 절박함이 아닌 ‘고독사’로 뉴스에 실릴 본인의 모습 때문에 괴로워했다. 통계에서도 고독사 고위험군은 노인들보다 40~50대 독거남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리내어 웃을 일이 없는 일상
             



안순진은 분에 못이겨 새파랗게 어린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며 항공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이날, 안순진과 손무한은 함께 타투샵에 들러 ‘오늘만 살자’라는 타투를 손목에 남기게 됐다. 서로 살아오며 하지 못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다 안순진은 “10년 동안 소리내서 웃어본 적이 없어요. 매일 웃는데 가짜였어요. 가식, 가증”이라고 털어놓는다.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안순진에게 미소는 언제나 필수조건이었을 터. 하지만 무심하게 툭,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는 안순진의 모습이 혼자 있으면 음소거 상태가 되어버리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모두 혼자
             



불면증으로 매일 밤 잠을 설친다는 안순진의 고백에 손무한은 야심한 시각 전화를 걸었다. 손무한은 책을 읽어주겠다며, 문장 속에 숨은 마음을 표현했다. 손무한이 읽은 켄트 하루프의 ‘밤에 우리 영혼은’에는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와줄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우리 둘 다 혼자잖아요. 혼자 된 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벌써 몇 년째예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손무한은 이 구절을 읽어준 후 “자러올래요?”라는 아주 담백한 말로 안순진을 집으로 초대했다.


혼자여서 좋을 때도 있지만, 혼자라 괴롭고 외로운 순간도 찾아온다. 말로 표현하기 모호한 감정을 족집게 과외처럼 집어주는 ‘키스 먼저 할까요?’가 앞으로 어떻게 혼족과 공명할 지,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게 된다.



사진=SBS '키스 먼저 할까요?'


에디터 강보라  mist.diego@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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