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2' 입시 준비하느라 못봐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언론 시사회 이후 성유빈(18)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어린 나이에도 깊은 눈빛을 가진 그는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신동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 '살아남은 아이'는 아들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와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가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무성, 김여진이 아들을 잃은 부부로 출연하며 성유빈은 부부의 아들이 구한 고등학생 기현으로 등장한다.
"감독님은 '대호'를 보고 저를 캐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시더라. 시나리오를 쓸 때 기현이라는 캐릭터에 저를 생각하면서 쓰셨다고 하셨다. 신기했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여운이 참 많이 남았다.
쉽지 않은 캐릭터여서 도전해 보고 싶었다."
영화는 기현이 부부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부터 죄를 고백하는 모습 등을 아름답거나 악하게 그리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성유빈은 기현의 전사를 생각하며 불행한 상황에 고립된 기현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다.
"불량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완전 나쁜 애는 아니다. 아버지랑 둘이 살아왔는데 그러다 아버지도 떠난다. 혼자 살면서 나쁜 무리와 어울리다가 물이 들지만 사실 그게 기현이 원래 스타일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렸는데 다른 애들은 다 부모님이 와서 데려갔지만 기현은 혼자 남겨진다. 이런 과거가 있을 거 같다는 얘기를 감독님이 해 주셨다. 소심하지만 자기가 흥미 있어 하는 부분에서는 열심히 하는 인물이다. 정을 못 받으니까 애정을 주는 사람한테는 쉽게 다가간다."
2011년 영화 '블라인드'와 '완득이' 등을 시작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린', '대호', '아이 캔 스피크', 드라마 '굿 와이프' 등 성유빈은 활발한 활동으로 여기저기 얼굴을 비췄다. 최근에 그를 가장 크게 알린 역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최무성이 맡은 장승구의 아역과 영화 '신과함께: 죄와 벌'에서 차태현이 맡은 김자홍의 아역이었다.
벌써 필모그라피가 화려했다. 그게 배우 성유빈의 삶이었다. 하지만 인간 성유빈은 평범하고 무던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인싸'다. 나서서 뭔갈 하진 않지만 친구들이랑 잘 지낸다. 기현이와 비슷하게 속마음을 잘 털어놓는 편은 아니지만 나는 좀 더 긍정적이다. 기현과 비슷한 점은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내 얘기를 쉽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현이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자기방어적인 모습이 강하다.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고, 자기밖에 없다. 버림받은 일도 많았으니까."
성유빈은 초등학생 시절, 레고 광고를 찍으면 레고를 가질 수 있겠단 순진무구한 생각에 연기에 발을 들였다. 그러다 많은 작품을 경험하고, 점차 자연스럽게 연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는 욕망을 키웠다.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감독님도 그렇고 배우분들도 다 너무 좋았다. 배울 수 있는 게 많았다. 우리 부모님은 자식이 뭘 하고자 하면 막진 않으신다. 앞으로는 글쎄, 남들이 안 해 본 연기를 해보고 싶다. 특이한 캐릭터를 말하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살아남은 아이'는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에 이어 제20회 우디네극동영화제 화이트 멀베리상 수상,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 수상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성유빈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의 포부를 언급했다.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 장르 불문, 어떤 장르에도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외국도 나가고 싶다. 할리우드에 가고 싶다. 최종 목표는 할리우드다. 몇 살에라도 좋다. 2~30년 동안 열심히 할 것이다."
그는 이 말과 함께 "배우에는 나이 제한이 없으니까"라며 앳된 미소를 지었다. 성유빈은 또 자신이 함께 했던 영화 '신과함께: 죄와 벌'의 후속작 '신과함께: 인과 연' 이야기가 나오자 "입시 준비하느라 못 봤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금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성유빈은 현재 연극영화과를 준비하고 있다. 여운이 깊은 옛날 영화를 좋아한다는 감수성을 지닌 10대 배우의 20대, 30대, 40대, 그 너머의 연기 인생을 기대해 본다.
사진 김수(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