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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an 06. 2017

[영화리뷰] 관심에 목마른 현대인의 신경증 '너브'

‘관심 종자’ 10대들의 LTE급 스릴 미션을 그린 영화 ‘너브’(감독 헨리 유스트, 아리엘 슐만)가 오는 12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스마트폰, SNS와 함께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공감을 전하고, 부정적인 폐해를 낱낱이 파헤치며 영화 팬들의 시선을 몰고 있다.



◆ 관심을 향한 무지막지한 일탈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너브’는 자극적인 미션을 수행할수록 팔로우가 늘어나는 10대들의 비밀 사이트다. 미션을 수행하는 플레이어와 그들의 미션을 구경하면서 돈을 거는 왓쳐들의 게임이 펼쳐지는 발칙한 공간이다. 극 중 비(엠마 로버츠)가 소심한 성격에서 벗어나 일탈을 즐기고자 ‘너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된다.


파트너 이안(데이브 프랭코)과 왓쳐들의 관심을 사기 위해 ‘사다리 타고 고층 건물 건너기’ ‘고층 크레인에 매달리기’ ‘눈 가리고 오토바이 질주하기’ 등등 위험천만한 미션을 수행하는 그의 모습은 얼핏 공감이 어려울 수도 있다. 도대체 ‘관심’이 무엇이기에 웹상에서 관심 받지 못하는 이들을 불안(nerve)하게 만드는 걸까.

‘너브’ 속 플레이어들은 배가 고파 관심밥을 주워 먹었지만, 그 배부름에 비례해 정작 현실 사회에서는 도태되고 만다. 인기와 명성, 관심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플레이어들과 그를 ‘방조’하는 왓쳐들의 행태는 단순히 일탈로 보기엔 무지막지하다. 사회적 합의와 규칙, 질서를 단지 ‘놀이’로 파괴하고, 이기보다 중시돼야할 배려를 잃는다.



◆ 현실-영화, 한 끗 차이 SNS 문화

영화 속 너브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많은 수의 왓쳐를 모아야 우승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플레이어들은 더 자극적이고 위험한 미션으로 경쟁을 펼친다. 이는 ‘좋아요’ ‘별풍선’을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머리를 삭발하고, 온몸에 간장을 뿌리고, 선정적 콘텐츠를 남발하는 현실 속 소셜미디어의 행태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론 크게 다르지 않다.


‘너브’는 다소 극단적인 면이 강하지만, 현실 소셜미디어 문화와 유사한 지점을 짚어내며 SNS 이용자들의 공감을 환기한다. 요즘은 다양한 소셜미디어 창구를 통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그만큼 접근이 쉬워지면서 몇몇 유저들은 상대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보다 자극적인 콘셉트의 방송을 제작하곤 한다. 이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환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영화는 환호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이 문화의 부정성을 까발린다.



◆ 흡인력 있는 연출, 아쉬운 후반부

엔터테이닝 무비를 표방하는 ‘너브’는 인상적인 연출로 장르 쾌감을 높인다. 플레이어를 지켜보는 왓쳐들의 시점, 직접 플레이어가 된 듯한 1인칭 시점, 스마트폰 영상 등이 적재적소에 활용돼 관객들이 실제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강한 흡인력을 발산한다. CG 없이 실제 뉴욕 거리에서 촬영한 오토바이 질주 신은 백미다.


하지만 소재의 독창성과 날카로운 메시지는 극 초반부 반짝반짝 빛나지만, 중후반부에 들어서면서는 급작스레 힘이 빠진다.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 치고는 비의 캐릭터가 극적으로 변하는 데 당위가 부족하고, 처음엔 궁금증을 자아냈던 캐릭터들의 흐릿한 성격은 끝까지 명확함을 발산하지 못하며 의문을 심는다.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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