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데스노트’ 쇼케이스에서 골라낸 베스트 넘버 6
지난해 국내 초연 당시 전회(57회) 매진 신화를 일군 뮤지컬 ‘데스노트’(1월3~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돌아온다. 개막에 앞서 19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주연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30분 동안 웅장한 쇼케이스가 열려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일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데스노트'는 사회 정의 실현을 꿈꾸는 수재 법대생 야가미 라이토(한지상)가 이름만 적으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사신의 노트인 '데스노트'를 줍게 되면서 그의 살인행각을 막으려는 천재 탐정 L(김준수)의 대결을 그린 이야기다. 천재적인 캐릭터들이 펼치는 두뇌싸움이 묘미인 원작 만화를 무대화한 뮤지컬에는 정의 구현에 대한 철학을 가사로 담은 비장하고 날카로운 사운드의 노래들이 압권이다. 총 15곡이 소개된 쇼케이스 현장에서 주목할 만한 넘버 6곡을 픽업했다.
1. Overtue – 앙상블
쇼케이스는 거대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시작했다. 시작을 알리는 곡 ‘Overtue’는 원작 만화를 뮤지컬로 어떻게 풀어냈는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웅장한 배경음악과 극중 라이토를 상징하는 살인마 키라에 대한 스토리를 노랫말에 담았다. 고음역대 악기들의 날카로운 연주가 키라에 대한 공포감과 비장함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3. 불쌍한 인간 – 렘, 류크
라이토를 조종하는 코믹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남자 사신 류크(강홍석)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간직한 따뜻한 여자 사신 렘(박혜나)이 부르는 이중창. 강홍석과 박혜나는 노래를 통해 결이 다른 사신 캐릭터를 몰입도 높게 표현했다. 실제 인간이 아닌 듯한 표정과 분위기, 퇴폐적인 톤이 인상적이었다. 공연계 루키에서 주연배우로 우뚝 선 강홍석의 성장과 뮤지컬계 대표 디바 박혜나의 앙상블은 초연을 거치며 더욱 무르 익었다.
6. 나의 히어로 – 미사, 사유
라이토를 따르는 아이돌 스타 미사(벤)와 라이토를 존경하는 친동생 사유(이수빈)가 함께 부르는 노래다. 두 배우는 완벽해 보이는 라이토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하는데 특히 이수빈의 청량한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순수함이 매력적이다. 처음으로 '데스노트'에 합류한 가수 벤의 깜찍한 외모와 극강의 고음을 장착한 감성 짙은 보컬 역시 인상적이다.
7. 선을 넘지마 – 라이토, 소이치로
데스노트를 통해 정의 실현을 꿈꾸는 아들 라이토(한지상)과 강인하고 소신에 가득 찬 경찰인 아버지 소이치로(서영주)의 이중창 넘버.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안타까운 심정과 아버지에게 맞서는 라이토의 팽팽한 대립을 엿볼 수 있는 음악이다. 국내 남자 뮤지컬 배우 가운데 톱3 안에 드는 '철성' 한지상의 호소력 짙은 음색과 천정을 뚫을 듯한 하이 피치, 중견 서영주의 묵직한 중저음이 개성적인 앙상블을 이룬다.
8. 게임의 시작 – 엘[L]
국내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엘 역)가 무대에 올랐다. 초연 당시 홍광호와 함께 '데스노트' 흥행 신화를 일군 주인공이다. 백발 염색과 백지장 같은 마스크로 등장한 김준수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스테이지를 장악했다. 라이토와의 결전을 선전포고하는 내용의 노래다. 천재이자 괴짜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한 그는 차가운 표정과 특유의 진한 허스키 보이스를 앞세워 관객을 압도했다. 캐릭터에 빙의해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에는 절로 전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13. 어리석은 사랑 – 렘
사신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스타 미사를 사랑하는 렘 역 박혜나는 솔로 공연 중 김준수 다음으로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사랑해선 안 되는 인간을 사랑해 스스로를 희생시키고 마는 비운의 캐릭터 렘 자체인듯 가사에 집중해 탁월한 연기력과 원숙한 가창으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사진제공=씨제스
인턴 에디터 권용범 yongko94@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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