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신춘문예 당선작이 지난 2일 공개됐다. 총 25개 주요 신문사에서 선정한 108명의 푸른 떡잎들이 문단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 가운데 매력적인 단편소설 당선작 4편을 살폈다.
문화일보 – 문은미 <플랫폼>
신춘문예에 응모된 대부분의 단편소설이 현실과 유리돼 있었다. 하지만 문은미의 작품은 마트 계산대를 플랫폼으로 비유, 플랫폼을 떠난 상품들을 주인공이 '다마스'를 타고 배달되며 마주하는 상황을 그렸다. 철저하게 현실에 집중한 것이 관념적이거나 독특한 소재보다 더욱 돋보였다. '생존을 위한 동력’으로 삶에서 어둠이 필요하다는 역설을 풀어내 신선하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심사위원단은 본심에 오른 응모작 중 문장의 오류가 가장 적고 안정적이었다며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경향이 아닌 솜씨로 뽑힌 작품”이라는 평을 내놨다.
서울신문 – 문은강 <밸러스트>
문은강의 ‘밸러스트’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말한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민감한 양극화, 불평등이라는 소재를 택해 현실을 용기 있게 들춰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어머니에 대한 접근법이다.
언제나 ‘내 새끼들'을 위해 사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따뜻한 시각을 전달하는 동시에 어머니를 ‘당신’이라는 호명으로 부르며 한 발짝 떨어져있는 듯한 거리감을 줬다. 덕분에 작가는 자신의 주관 속에 파묻히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끌리는' 소설을 탄생시켰다. "민감한 소재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느끼게 하는 페이소스가 소설에 담겨 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세계일보 – 이상희 <래빗 쇼>
이상희의 ‘래빗 쇼’는 소설만의 매력을 담고 있다. 토끼를 뱉어내는 마술쇼라는 독특한 설정은 이제껏 만나보지 않은 세계를 경험하도록 돕는다. 게다가 말도 안될 법한 소재에 적절한 개연성을 갖춰 몰입감을 높인다.
동시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다. 예술, 창조, 광고, 생산성에 대한 작가의 흥미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심사위원단은 "균형과 조절을 잘 맞춘 문장에 파격적 콘셉트의 내용이 흥미로웠다"며 “무엇보다 어중간하게 살아남기보다 흥망을 배팅하겠다는 패기가 호감을 샀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 권제훈 <박스>
단편소설 ‘박스’는 대학교 학생회관에 놓인 뜬금없는 박스와 마주한 한 청년의 이야기다. 박스에서는 정체모를 여인이 학생들의 상담을 해주고 있다. 작품은 단순하고 잔잔한 느낌이 강한데, 이는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7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취업 등 7가지를 포기하는 2030 세대)의 현실과 고민은 동시대 많은 소설가들이 시도하기에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소박한 그릇에 담아냄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심사위원진은 “큰 이야기를 능숙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일보다 작은 이야기를 미숙하나마 성실하게 해 내는 일이 더 큰 미덕이라 믿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인턴 에디터 권용범 yongko94@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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