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교사’가 언론시사를 통해 속살을 드러냈다. 충무로가 주목해온 김태용 감독의 신작답게 높은 완성도와 충격적 내용을 전했다.
■ 학교에 투영된 계급사회
비정규직 화학교사 박효주(김하늘)와 동료들은 정교사에는 허용되는 결혼과 임신마저 제지당한다. 정교사들은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잡무를 떠안고, 재임용에 탈락할까봐 전전긍긍한다. 반면 학교 재단 이사장의 딸 혜영(유인영)은 한 순간에 정교사로 부임한다. 낙하산이다. 교감과 교사들은 금수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면글면한다. 효주의 처지는 대학 후배 혜영과 하나부터 열까지 비교될 뿐이다. 심지어 젊고 예쁘고 건강하기까지 하다. 효주와 혜영은 계약직과 정규직이라는 계급문제를 학교라는 공간에 투영시킨 양 극단의 캐릭터로 작용한다.
■ 독보적 여성 캐릭터
‘아가씨’ ‘비밀은 없다’ ‘미씽: 사라진 여자’ 등 올해 한국영화에는 기성의 느낌이 들지 않는 특별한 여성 캐릭터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2017년은 ‘여교사’의 효주가 연다. 혜영 눈치를 보는 교사들을 향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라고 일갈한다. 친분을 강조하는 혜영과 교직원에게 “죄송하지만 전 잘 몰라요”라며 똑 부러지게 선 그을 정도로 주체적이다. 혜영의 치명적인 비밀을 간파한 순간, 상대를 압박해 들어갔던 그녀 역시 현실의 높은 벽 그리고 소용돌이치는 사랑의 감정 앞에선 무릎을 꿇는다. 시원하면서 안쓰럽고, 공감 가면서 무서운 캐릭터의 탄생이다.
■ 김하늘 ‘포텐’ 폭발
생존에 바등대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는 여자가 무용특기생 제자 재하(이원근)를 만나면서부터 질투와 욕망을 자양분 삼아 생기를 띄어간다. 하지만 진심을 배반당한 순간, 또 다른 사람으로 변모한다.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을 통해 멜로에 최적화된 배우 평가를 끌어낸 김하늘은 찌질한 남친, 폭력적인 남학생들, 존재 자체가 상처인 혜영, 심장을 뛰게 하는 재하와 마주하는 순간마다 변검을 착용하듯 휙휙 다른 얼굴을 꺼내든다. 서늘한 공허부터 뜨거운 격정에 이르기가지 변화가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다. 후반부 반전 장면에선 소름이 돋게 한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난 느낌이다.
■ 가늠하기 힘든 김태용의 연금술
영화는 제자인 한 소년과 교사인 두 여자의 삼각관계 스토리다. 사회적으로 파장과 논란을 일으킬 만한 소재다. 이런 금기의 관계를 상투성이나 세속적 틀에 가두지 않는 원동력은 감독의 특별한 시선이다. 인간의 심연을 파고드는 이야기꾼이자 극사실주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데 능한 김태용 감독은 ‘여교사’에서 질투와 거짓말, 의심으로 얼룩진 세계를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완성한다. 장기인 소년의 심리뿐만 아니라 여성의 은밀한 심리까지 꿰뚫는다. 연출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세련됐다. 그러면서도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러닝타임 1시간34분. 청소년 관람불가. 1월4일 개봉.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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