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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an 27. 2017

[리뷰] 절반의 성공...베일 벗은 '사임당 빛의 일기

원조 한류여신 이영애의 복귀작이 베일을 벗었다.


26일 1~2회 연속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극본 박은령·연출 윤상호)는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이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의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퓨전 사극이다.             

‘사임당의 비망록을 매개로 조선 중기 천재 여류문인 겸 화가 사임당의 불꽃같은 삶과 이겸(송승헌)과의 불멸의 사랑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그려낸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지향점이다.


이율곡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의 대명사, 희생의 아이콘으로 여겨져온 신사임당을 시대의 장벽 앞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간 워킹맘이자 예술가로서 조명하는 점은 요즘 트렌드에 걸맞은 접근법이다. 남편의 부도로 한순간에 몰락한 주부 서지윤이 5년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온 지도교수 민정학(최종환)의 수족이 돼 고단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과거의 신사임당, 드라마의 주제의식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대장금' 이후 13년 만에 복귀한 이영애는 1인2역에 도전했다. 트레이드마크인 신비로운 미모뿐만 아니라 아내와 엄마로서 체화한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캐릭터에 녹여냈다. 특히 단아함과 불같은 에너지를 적절하게 안배해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 볼로냐 다리 위에서 술주정하는 장면이라든가 부당해고 상황에서 민 교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읍소하는 장면에선 그녀만의 저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신사임당 캐릭터에선 기품 넘치는 고전미를 발산했다. 성공적인 복귀를 알린 셈이다.


1회는 판타지 장르의 클리셰인 타임슬립, 영혼의 뒤바뀜을 진부하지 않게 풀어내면서 안견의 ‘금강산도’를 둘러싼 학원 권력층의 암투, 진위에 대한 긴장 넘치는 추적을 가미하는 등 복합장르의 풍성한 맛을 느끼게 해줬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와 볼로냐의 고풍스러운 풍광,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국내 절경의 영상미 역시 빼어났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일부 떨어지는 스토리의 개연성, 다수 배우들의 1인2역 캐스팅, 아역배우의 어색한 연기 등이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나 조선시대가 주를 이룬 2회에서는 이런 단점이 극대화되면서 시청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무엇보다 영혼이 뒤바뀌는 설정이 진부하지 않으려면 매우 정교해야 함에도 주제의식의 당위성에 기대버린 느낌이라 덜컹거린다.


2회에서 호흡을 고른 ‘사임당 빛의 일기’가 3회 이후 누구의 아내, 어머니가 아닌 현재의 서지윤과 과거의 신사임당으로서 어떻게 예술과 일을 현명하게 조화시키며 시대의 유리천장을 깨트려나갈지 기대해본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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