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너의 이름은.’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일본에서 1500만 관객 돌파라는 경이로운 흥행 성적을 거두고, 미국과 유럽 평단의 호평까지 더해져 국내 개봉에 대한 기대감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영화 ‘너의 이름은’은 도쿄에 살고 있는 소년 타키(카미키 류노스케), 산 속 깊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미츠하(카미시라이시 모네)가 잠들면 서로 몸이 바뀌는 기묘한 사건이 벌어지고, 서로 만난 적도 없던 둘이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슴을 적시는 멜로 감성
아버지와 단 둘이 생활하며 여성성에 대한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자란 타키, 할머니의 양육 아래 전통에 얽매여 살아가는 미츠하. 정확히 양극단의 삶을 겪어온 소년과 소녀는 바뀐 몸을 통해 서로에게 비어있던 자아의 절반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두 인물의 소통과 공감, 그리고 결여의 충족, 이는 곧 ‘사랑’으로 치환된다.
서로에게 불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너의 이름은...”이라는 미완성 문장은 아쉬움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사랑의 애틋함을 강조한다. 여기엔 사랑하는 대상에게 ‘이름이 불리며 마침내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성장의 서사가 함축돼 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언제나 절절하고 가슴을 적시는 일본풍 멜로 감성을 폭발시킨다.
자연재해에 대항하는 ‘소통’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자리에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많은 사람들이 품었던 ‘내가 뭔가 할 수 있진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운 감정을 영화 속에 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의도대로 ‘너의 이름은.’은 끔찍한 자연재해인 혜성 충돌을 중요 소재로 활용, 그 당시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인간의 무력함이 극에 달하는 자연 재해 앞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는 소년의 간절함은 기어코 아픈 상황에 반전을 가한다. 신카이 감독은 이로써 재난에 대항할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무기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간절한 바람이라고 역설한다. “동일본 대지진을 잊지 말고, 언젠가 또 찾아올 재난에 대비해야한다”는 연출자의 메시지가 투영돼 있다.
감동 배가하는 섬세한 비주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별의 목소리’ ‘언어의 정원’ ‘별을 쫓는 아이’ 등 전작들에서 청소년 주인공을 활용,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늘 그렇듯 이런 메시지의 울림을 배가하는 건 그가 추구해온 섬세한 비주얼이다.
‘너의 이름은.’은 관객들을 매혹했던 ‘신카이 비주얼’의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빗방울, 연필자국 등 귀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까지 꼼꼼히 신경 쓴 것은 물론, 비현실에 현실감을 가미한 압도적 풍광은 감탄을 불러온다. 러닝타임 내내 보는 재미에 폭 빠진 관객들은 어느 순간 불쑥 찾아온 감독의 메시지를 느끼며 감동 방점을 콕 찍는다.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