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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Apr 12. 2017

 "다음 생에 태어나도 배우 하련다"...

고 김영애 '리얼스토리

                                                                                                                                                                                                                                                                                                  

꽃비 내리는 날, 향년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배우 김영애의 풀 스토리가 12일 밤 MBC ‘리얼스토리 눈’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 9일 췌장암으로 연기의 길에 마침표를 찍은 천상 배우 김영애의 미처 다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에 시청자는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1971년 MBC 공채 탤런트 3기로 데뷔한 김영애는 사극 '민비'로 스타덤에 오른 뒤 47년간 1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국민엄마로, 냉혹한 악인으로 대중을 쥐락펴락했다.


2000년대 중반 황토팩 사업을 시작하며 은퇴를 선언했으나 모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황토 내 수은 함유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업 실패 및 이혼, 명예훼손의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2009년 영화 ‘애자’에서 시한부 인생 엄마 역을 맡아 컴백한 그는 이후 영화 ‘변호인’ ‘카트’ ‘허삼관’ ‘인천상륙작전’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판도라’,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로열 패밀리’ ‘킬미 힐미‘ ’닥터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출연하며 사그라들줄 모르는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로열 패밀리’에서의 명연기로 2011년 MBC연기대상 특별상을 수상했을 당시 “넘어지고 부딪히고 죽도록 힘겹더라도 이 고비를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 힘든 시기를 겪는 분들이 있다면 꼭 희망을 가지시길 바란다”며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하고 싶다”는 소감으로 장내의 동료, 후배 연기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지난 2012년 췌장암이 발병해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은 직후였음에도 대왕대비 윤씨로 출연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촬영 현장에서 자신의 병을 숨긴 채 손주 이원(김수현)을 상대로 핏발이 곤두설 정도로 역정을 내는 연기를 NG없이 소화해내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현장에서 힘든 내색을 조금도 내지 않았으나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서 만큼은 아픔과 두려움을 쏟아냈다. 인터뷰에 나선 담임목사는 “병세가 깊어 2016년을 넘기지 못할 줄 알았는데 투혼으로 그 시기를 넘겼다. 대단한 집념이었다”고 소개했다.


가장 가슴을 때렸던 장면은 지난 2월 종영한 KBS2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마지막 촬영 현장이었다. 췌장암으로 인한 극심한 체중감소로 얼굴이 반쪽이 된 김영애는 걸음을 내딛기조차 어려운 상태에서 라미란, 차인표, 조윤희, 이동건 등 후배 연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남편 역으로 공연했던 신구와 깊은 포옹을 나누고 차량 안으로 들어가 손을 흔들었다.





이날 방송에서 김영애의 외아들은 “어머니에게 연기는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심장이었다”며 “유언으로 ‘허례허식 하지 말아라. 배우는 그런 게 아니다. 생명연장도 하지 말아라'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털어놨다. 고인의 유언대로 김영애는 동료 배우 고 김자옥이 안치된 경기도 성남시 메모리얼 파크에 안장됐다.


김영애의 빈소에 들른 신구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연하게 현장을 지킨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위대한 동료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준금 역시 “존경하는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에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나 영광스럽다. 평생 선배님을 잊지 않겠다”며 눈물을 삼켰다.





사진= MBC ‘리얼스토리 눈’ 방송화면 캡처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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