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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Apr 16. 2017

[리뷰] 암울한 현실 껴안은 로맨스 무비

 ‘나의 사랑, 그리스’



자주 접하기 힘든 그리스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는 예측 가능하듯 낭만과 신화의 나라 그리스 아테네를 배경으로 20대, 40대, 60대 세 커플의 사랑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직조되며 스크린에 펼쳐진다.
 

 

01. 20대 다프네 & 파리스 ‘부메랑’



여대생 다프네는 밤길을 가던 중 괴한에게 공격당할 뻔 하지만 지나가던 청년 파리스가 구해준다. 시리아에서 미술을 전공한 청년 파리스와 정치학을 공부하는 다프네는 용기 있는 20대 청춘이 그러하듯 서로 다른 문화, 언어를 성큼 뛰어넘어 맹렬하게 사랑에 빠져든다.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시리아 난민과 경제적 내전을 치르고 있는 그리스인의 사랑 그리고 대치는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02. 40대 지오르고 & 엘리제 ‘로세프트 50mg’



아내와 별거 중인 홍보마케팅 팀장 지오르고는 우연히 바에서 아름답지만 냉정한 스웨덴 여성 엘리제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이후 몇 차례 만나며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엘리제는 파산 위기를 겪고 있는 지오르고 회사의 매각을 위해 파견된 구조조정 전문가다.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뒤 고민에 빠져드는 두 남녀, 현실이 짓누르는 무게를 수면제 ‘로셰프트 50mg’으로라도 달래야 하는 40대 커플이다. 국가부도 위기의 그리스와 EU국가의 수직적 관계가 두 남녀를 통해 투영된다.

 
03. 60대 세바스찬 & 마리아 ‘세컨드 찬스’



독일에서 이주해온 독신의 세바스찬은 국립도서관 사서로 근무 중이다. 어느 날 마트에서 평범한 가정주부 마리아의 도움을 받게 되고 고마운 마음에 데이트 신청을 한다. 그들은 매주 마트 데이트를 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서툰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희열을 경험한다. 현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 두 번째 기회를 꿈꾸는 60대 커플 이야기다.
 
‘나의 사랑, 그리스’란 제목 때문에 흔한 로맨스 영화로 여겼다면, 오산이다. 소름 끼치도록 암울하고 잔인한 현실이 관통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와 난민문제라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화두를 사랑 이야기로 풀어낸 점이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원제 ‘월드 어파트(World Apart)’가 의미하듯 혼돈의 그리스에서 피어오르는 다양한 얼굴의 ‘분열된 세계’를 유려하게 표현한 영화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에로스를 수 차례 차용하며 불행을 극복할 사랑의 힘을 언급하지만 과연, 물음표가 고개를 내민다.

세바스찬 역 J.K. 시몬스는 워낙 연기력이 좋은 배우라 멜로에도 탁월하다. 짝을 이룬 그리스 여배우 마리아 카보기아니의 활력 넘치는 코미디와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주부의 절절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극중 지오르고로 출연한 그리스 국민배우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러닝타임 1시간54분. 15세 이상 관람가. 4월20일 개봉.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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