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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특별시민’ 유권자·정치인의 자격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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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시기가 공교롭다. 다음달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기에 개봉을 결정한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정치영화다. 지난 몇 개월간 첨예한 정치적 사건, 빅이슈로 점철된 현실이기에 정치영화가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 징글징글한 단면을 극장에서까지 목도하고 싶을까 우려가 존재했다. 하지만 막상 뚜겅을 연 ‘특별시민’은 웰메이드 정치 드라마이면서 재미있으며, 메시지 역시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 앞선 우려를 불식시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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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특별시민 vs 시장

‘특별시민’의 영문제목은 ‘시장(The Mayor)’이다. 상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공존공생 관계이면서도 언제든 등 돌릴 수 있는 시민과 시장, 기대와 신뢰 속에 한 표를 던진 유권자에서 변종구 캠프 광고전문가로 다시 특별시민으로 돌아가는 박경(심은경)과 노회한 정치인이자 시장인 변종구(최민식)를 병치시킨다. 두 존재를 영화는 진부하지 않은 시선으로, 녹록치 않은 솜씨로 파고든다. 유권자인 특별시민의 뜻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우습게 보려드는 자들에게 결코 표를 줘서는 안 됨을 웅변한다. 더불어 민주공화국 구성원들의 자격을 묻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 선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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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권력은 존재 이유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합법적 과정의 꽃이 선거다. 선거에서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기 위해 모든 걸 불사한다. 청춘콘서트 무대에 올라 스냅백을 쓴 채 랩을 하면서까지 이미지를 관리한다. 실검 1위를 위해 이슈를 조작하고, 네거티브 전술을 무시로 구사한다. 단일화를 위한 검은돈 거래, 선거공작 쯤은 노 프러블럼이다. 문제 유발 가족단속에 공을 들이고, TV토론마저 연출한다. 관객은 “똥물에서 진주를 찾는”(극중 곽도원 대사) 선거전의 이면을 웃다가 긴장했다가, 비린내를 맡아가며 감상하게 된다. 어느 순간 대선후보들이 벌이는 난타전이 포개진다.


# 배우들의 또 다른 얼굴

‘특별시민’의 빅 재미 가운데 하나는 연기파 배우들에게서 접하는 색다른 얼굴이다. 최민식은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며 권모술수에 능한 변종구 캐릭터에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간적 숨결을 불어넣는다. 출마선언 장면에선 울컥할 정도로 변종구의 연설에 빠져들게 만든다. 문래동 공장 노동자에서 사법고시 패스, 정치 입문, 서울시장 당선으로 이어져온 파란만장한 궤적이 최민식의 표정과 눈빛, 목소리로 간파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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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한 감초 캐릭터로 소비되던 라미란은 서울시장 후보 양진주 역을 맡아 싱글맘 정치인의 결기를,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자 선거공작의 일인자인 심혁수 역 곽도원은 검사로 출연한 ‘아수라’ 이후의 모습인 듯 살 떨린다. 소신과 강단으로 직진하는 박경 역 심은경, 권력의 주변을 맴도는 하이에나 같은 기자로 분한 문소리, 정치권력과 결탁한 건달 출신 사장 역의 코믹한 박혁권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러닝타임 2시간10분. 15세 이상 관람가. 4월26일 개봉.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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