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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May 14. 2017

 [리뷰] '불한당' 개성 가득 누아르,

 칸 입성엔 이유가 있다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의 칸 입성에는 이유가 있었다. 





교도소의 실세인 재호(설경구)는 '또라이 신입' 현수(임시완)를 눈여겨본다. 현수가 재호의 목숨을 구해준 후 두 사람은 친형제같은 사이가 된다. 출소 후 현수는 재호의 조직에 합류해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그러나 서로의 비밀이 점차 드러나며 둘 사이 불신이 싹튼다. 속고 속이는 관계는 액션만큼이나 치열한 심리전을 동반한다. 


최근 수년간 남성들을 앞세운 범죄액션 영화들이 수없이 쏟아졌다. '불한당'은 작품의 소재는 그와 비슷할지 모르지만, 이야기의 결이나 스타일은 색다르다. 특정 세계관을 갖춘 히어로 만화를 보는듯한 구성과, 독특한 색감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개성있는 연출은 '불한당'이 이번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하게 된 주 이유이기도 하다. 변성현 감독은 '성인이 즐겨볼 수 있는 만화'같은 느낌을 주고자 콘티 작업에 공을 들였고, 컷과 컷의 연결시점과 카메라앵글이 인물을 어떻게 비출지 철저히 계획했다.


그런가 하면 몇몇 부분에선 익숙한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독특한 색감과 진한 감성에선 홍콩 액션영화들이, 잔혹함의 끝을 달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에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이 스친다.





언더커버(위장잠입)를 중심 소재로 삼으면서도, 이 설정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주인공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하이라이트로 삼았던 타 영화들과 달리 '불한당'은 과거와 현재 장면을 오가며 사건의 내막이 하나하나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재미를 준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 


'불한당'은 누아르 영화지만 두 남자의 애증 관계에선 진한 멜로를 보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두 사람의 믿음이 무너지며 파국으로 향해가는 전개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을 누아르보단 멜로영화라고 생각했다"고, 설경구는 "동성애는 아니지만 브로맨스보다 강한 관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작품이 부진했던 설경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뭐든 하는 잔인한 재호 역을 탁월히 연기했다. 임시완은 액션연기와 더불어 늘 혼란스럽기만 한 감정의 결을 유려하게 그려냈다. 그 덕분에 '불한당'은 현수의 성장기로도 느껴진다. 


잔인한 조직원이지만 어쩐지 찌질하게 웃긴 조직원 김희원, 냉정한 경찰 천팀장 역을 맡은 전혜진의 연기도 인상깊다. 러닝타임 2시간. 청소년 관람불가. 5월18일 개봉.


                                                                                                                                                                                                                                                                                                  

에디터 오소영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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