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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n 03. 2017

 ‘국뽕’에서 ‘진보’로...

CJ의 드라마틱 변신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가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며 3일 100만 돌파를 했다. 영화는 CJ 계열사 CGV아트하우스가 배급을 맡았다. 역대 다큐멘터리 최고 오프닝 스코어(7만8737명)를 기록한 개봉 첫날 579개 스크린 가운데 244개(42%)는 CGV 스크린이다. 문재인 정부 탄생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아 관객들의 관심도 컸지만, 상영관을 잡기 어려운 다큐멘터리 영화 사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밀어주기’였다.





영화제작사 풀은 “올해 5월 대선을 앞두고 CGV가 갑자기 배급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창재 감독은 “지난해 4월 총선 직후에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정했고, 상영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극장 개봉이 안 되면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뿌리려 했다. 지난해 가을과 겨울의 촛불시민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제작비 6억원을 마련해 ‘N프로젝트’라고 이름까지 감춰가며 어렵사리 만든 이 영화에 대한 CGV의 배급 참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로 이뤄졌음을 가늠하게 된다.


CJ E&M은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가제)도 투자배급을 맡았다. CJ E&M은 “장편 상업영화로 6월 민주항쟁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건 이번 영화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굴지의 투자배급사가 6월 민주항쟁, 진보의 아이콘을 영화화한 작품에 투자하고, 배급을 책임지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란 탄식이 나오도록 하는 이유는 불과 지난해까지 CJ E&M은 소위 ‘국뽕(애국주의를 뜻하는 속어)’ 영화의 대표적인 생산기지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CJ E&M은  ‘명량’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애국주의를 호소하는 영화들을 연이어 내놨다. 막강한 배급력을 앞세워 완성도 논란에도 흥행에서 큰 재미를 봤다. 또한 2013년부터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 “창조경제와 함께 합니다” 등의 그룹 이미지 광고를 내보냈다. 서울 상암동 CJ E&M 본사에 문화창조융합센터를 만들고 문화창조융합센터·K-컬처밸리 등 정부 문화산업에 적극 투자했다.


문화계에선 노골적인 ‘정권 코드 맞추기’란 비판이, 세간엔 ‘이재현 일병 구하기’란 조롱이 나돌았다. 수감된 이재현 회장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것이란 추측이었다.


CJ가 이런 노선을 밟은 배경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의 '이미경 부회장 퇴진 요구' 등을 통해 드러났듯이 박근혜 정부의 거센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 재벌들의 투명하지 못한 경영, 정경유착의 폐해에서 CJ 역시 벗어나지 못한 문제도 있다.





전사를 되돌아보면 CJ그룹은 이명박 정부 아래서 온미디어·대한통운 인수 등을 포함해 빠르게 사세를 확장해 자산총액을 2배 이상 불렸다. 박근혜 정부로부터 친MB(이명박) 기업으로 미운털이 박히는 발단이 됐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출범 3개월 후인 2013년 5월,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고 이재현 회장은 6월1일 구속됐다. 네 번의 재판에서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유죄로 인정된 조세포탈·횡령 금액만 수백억원에 달했다. 병보석 신청마저 불허됐던 이 회장은 CJ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됐다.


이처럼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발을 맞춰 온 CJ E&M이 정권교체 이후 발 빠르게 문재인 정부에 적극 호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기회주의자로 대표됐던 ‘꺼삐딴 리’(전광용의 소설)의 후예로 바라볼지, ‘상생’ ‘돈보다 문화’ 경영철학을 앞세운 행위로 봐야할지 대략 난감이다.


                                                                                                                                                                                                                                                                                                  

사진출처= CJ E&M, JTBC 방송화면 캡처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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