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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n 05. 2017

 ‘미우새’ 이상민,

 공감 가는 '궁셔리 라이프' 1인가구

                                                                                                                                                                                                                                                                                                  

4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이상민의 하루를 초밀착 동행했다.


새벽 3시30분, 안대와 마스크를 낀 채 잠들었다가 알람 소리에 깬 이상민은 그날 소화해야할 5개의 방송 스케줄을 위해 직접 메이크업과 헤어를 마무리하고 녹화 의상을 체크한 뒤 필수 생활용품을 가득 담은 캐리어와 의상을 바리바리 들고 4시20분께 집을 나섰다.





5시에 방송사에 도착한 그는 집에서 준비해온 4L의 커피와 초코파이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 뒤 ‘알짜왕’ 녹화에 들어갔다. 2회분 녹화를 마친 뒤 타 방송사로 이동하는 승용차 안에서 수정 메이크업을 직접 했다. “코디와 스타일리스트가 없어 불편하지 않느냐”는 매니저의 질문에 “내가 할 줄 아는데 뭐하러”라고 가볍게 뭉갰다.


‘미우새’ 패널 서장훈의 설명에 따르면 방송 출연료는 압류되기에 코디·스타일리스트 비용 400만원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피곤함에 꾸벅꾸벅 조는 이상민에게 “너무 힘든 거 같으니 스케줄을 줄일까요”란 매니저의 제안에 “지금 그러면 안 되지”라고 단칼에 잘랐다.


세 번째 스케줄차 들른 방송사 분장실에서 제작진이 마련한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는 이상민을 보고 매니저가 “도시락 안지겨우세요?”라고 묻자 “맛있어. 가장 배고플 때마다 먹으니까”라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선배 방송인 홍석천이 분장실에 들러 함께 도시락을 먹던 도중 커피를 빈번하게 마셔대는 모습에 걱정을 하자 “공황장애 약이 너무 졸려서 커피를 마셔야만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마지막 스케줄인 ‘풍문으로 들었소’ 녹화가 끝난 시간은 새벽 1시20분. 2시30분께 축 처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이상민은 혼자만의 방에 들어가 고된 하루를 마감했다.





‘미우새’는 관찰 카메라를 통해 혼자 사는 아들의 일상을 엄마의 시선으로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부채상환의 아이콘’ ‘궁상민' ‘생활의 달인’ 별명을 얻으며 ‘미우새’ 인기 폭주의 일등공신 역할을 해내고 있는 이상민의 24시간을 지켜보는 내내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들었다.


게스트 주상욱은 “저 형, 참~”이란 탄식을 연발하며 구슬픈 배경음악(영화 ‘영웅본색’ 주제가 ‘당연정’) 탓을 했지만 촉촉해진 눈가를 감추진 못했다. 엄마들은 “에그그” “상민이는 못하는 게 없네” “앞으로 잘 될 거야”란 안쓰러움, 놀라움, 기특함을 교차시켰다. 시청자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22살에 데뷔해 199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린 가수 겸 작곡가였지만 표절 시비를 겪으며 은퇴한 그는 음반 제작자로 컴백해 여러 그룹을 히트시키고, 사업을 확장하다 2005년 부도를 맞으며 순식간에 추락했다. 설상가상 지상파 방송사 출연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하지만 2012년 케이블·종편채널을 통해 연예 활동을 재개한 뒤 지난해부터 지상파 방송에 복귀, 누구보다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무려 70억원에 이르는 빚을 떠안고 12년 동안 꾸준히 갚고 있음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 역시 굳이 숨기려들지도 않는다. 열심히 일하면 곧 빚을 모두 청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친다. 아무렇지도 않게 적은 비용으로 럭셔리한 생활을 누리는 팁을 설파하며 깨알재미까지 선사한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능숙하게 집안 미장 공사를 뚝딱 해내며, 오래된 에어컨을 팔기위해 황학동 중고거래매장을 찾아가 몇 만원에 불과한 거래를 절절하게 시도한다. 집들이를 온 지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옷가지와 신발을 즉석 경매에 붙인다. 꾸준히 빚을 갚아나간 그를 믿어 집을 빌려주고 보약까지 챙겨주는 채권자와 만나 선후배처럼 대화를 나누기까지 한다.


풍요롭던 시대에 태어나 ‘X세대’로 청춘기를 보냈던 이상민 세대는 이제 40대 중반이 됐다. 저성장과 고용 불안정성으로 인한 중산층 붕괴·양극화 심화의 시대, 누구나 채무자로 전락할 수 있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성공과 몰락을 모두 경험한 1인가구 이상민의 웃픈 그리고 짠내 나는 궁셔리 라이프는 그래서 진정성이 있으며 공감의 힘을 가동한다. 무엇보다 "아껴야 갚는다"란 확고한 목표 의식 아래 열심히 일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긍정 마인드로 '혼삶'을 대하는 태도는 깊은 감흥을 안겨준다.


                                                                                                                                                                                                                                                                                                  

사진= SBS ‘미우새’ 방송화면 캡처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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