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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n 05. 2017

 [리뷰] '델타 보이즈'

차원이 다른 청춘 코미디, '생활연기'의 끝

                                                                                                                                                                                                                                                                                                  

음악의 꿈을 누르고 공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심심하게 살던 일록(백승환)은 시카고에서 돌아온 친구 예건(이웅빈)의 권유로 남성 4중창 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만년 가수지망생 대용(신민재)이 합창단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오고, 대용의 친한 동생인 도넛 노점상 준세(김충길)가 합류한다. 팀 이름은 '델타 보이즈'다.





영화 '델타 보이즈'는 오합지졸 네 멤버가 사중창 대회 도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안될 것 같은 꿈에 도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델타 보이즈'를 흔한 성장영화 중 하나로 보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물론 꿈과 현실 사이에 선 이들의 갈등과 희망도 그려내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점들이 '델타 보이즈'를 꽉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 충만한 살아있는 캐릭터, 디테일한 생활연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 제작비 250만원이 든 '초저예산 영화'란 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놀랍다. 대본 없이 상황 설명만 주어진 채, 배우들의 애드리브 90%로 촬영됐으나 전혀 허술하지 않다.


단편영화와 단역 경력이 다일 뿐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마저 힘들어 꿈을 잊고 사는 청춘들의 현실을 탁월히 담아냈을 뿐 아니라, 특히 코믹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미국에서 10년간 살다 돌아온 탓에 영어와 한국어를 반반 섞어가며 말하는 예건, 입을 닫는 일이 없는 예건에게 늘 적절한 타이밍에 '쌍욕'을 퍼붓는 일록, 사연있는 '김병지컷'의 사나이 대용, 취중연기의 끝을 보여주는 준세, 남편이 돈 안 되는 노래를 한다니 복장이 터지는 아내 지혜(윤지혜) 등 캐스팅 비결이 궁금할 정도로 잠재성이 가득한 신선한 배우들이 모였다. 이들은 평소 모습을 찍어낸 듯 독보적인 '생활연기'를 보여준다. 





'델타 보이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지만 그 여운은 깊게 남는다. 특히 재능이 없으면 꿈을 바꾸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세상 속에서, 실력 없고 열정만 가득한 허당이지만 '델타 보이즈' 멤버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하고 싶다" 등, 후반부 대용의 롱테이크 신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짠한 울림을 주는 장면일 듯싶다.


잘 하지 못해도, 어렵고 힘들어도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하고 싶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관객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웃음, 그것도 산뜻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자아낸다.


4중창을 소재로 하지만 노래하는 장면은 거의 없는데, 이는 생계 때문에 팀을 이루는 것조차 힘든 이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선 이들이 부르는 곡이 분명 입에서 계속 맴도는 뜻밖의 중독성까지 느껴볼 수 있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대상, CGV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러닝타임 120분, 15세 관람가, 6월 8일 개봉.



                                                                                                                                                                                                                                                                                                  

사진=인디스토리 


에디터 오소영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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