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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n 14. 2017

'옥자' 기자회견에서 조명된 4가지 이슈 [종합]



화제의 작품 '옥자', 그 기자회견 현장 역시 뜨거웠다.


 

 

1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서울에서 영화 '옥자'의 내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틸다 스윈튼,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 다니엘 헨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봉준호 감독이 참석했다.

'옥자'는 가족처럼 지내던 슈퍼돼지 옥자를 구해내려 모험을 떠나는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다. 미자와 동물보호단체 ALF는 거대기업 미란도 CEO 루시(틸다 스윈튼)에 맞서 싸운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투자로 제작된 작품이다. 

'설국열차'에 이어 '옥자'로 함께하게 된 봉준호 감독의 '절친' 틸다 스윈튼은 "옥자를 아름다운 한국 고향으로 데리고 온 것 같아 기쁘다. 우리는 이제 한국영화인이란 생각이 든다"는 말로 인사를 해 눈길을 모았다. 

12일 언론시사회 당시 1천여명이 참석했듯, 기자회견 현장에도 국내 취재진은 물론 외신 기자로 가득했다. '옥자'는 그 풍성한 이야기만큼 이슈가 가득해 기자회견에서도 끊임없이 질문이 이어졌다. 

◆ '옥자'는 채식 권유 영화?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돼지로 설정한 것에 대해 "돼지는 그 자체로 영리하고 아름다운 동물인데, 사람들은 고기로만 생각한다. 그 이중적인 슬픈 운명을 보여주기에 돼지가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과거 2개월간 채식만 했지만 지금은 육식 대신 해산물, 달걀 등을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돼 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남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여전히 닭고기, 소고기 등을 먹고 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자신이 왜 채식을 하게 됐는지를 진지하게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준비하며 해외 거대 도살장을 조사했다. 그 사람들은 도살장보단 다른 표현을 써 달라고 한다. 물론 모던하고 첨단의 시설인데, 그 때문에 더 섬뜩한 느낌도 든다. '옥자' 후반부 시퀀스를 보고 무섭고 충격적이라는 분들도 계시는데 실제로는 20~30배쯤 된다"며 "100m 밖 주차장에 내렸을 때부터 말로 설명하기 힘든 냄새가 풍긴다. 그 냄새가 계속 따라오는 느낌이어서 돼지고기를 못 먹게 됐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통해 채식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육식동물처럼 자연의 흐름에서 하는 육식은 자연스럽고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가혹하고 잔인한 환경 속에서 동물을 대량생산하는 것에 대해선 되짚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옥자' 개봉 앞두고 상영관 논란

'옥자'는 29일 넷플릭스, 극장 동시 개봉하지만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있을 가능성은 적다. 이는 영화계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CGV, 롯데시네마 등이 상영 불가 방침을 내놨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로 온라인 공개되는 영화를 극장에 틀 수 없다는 이유다. 논란이 뜨거워, 이날 기자회견의 첫번째 질문도 이와 관련돼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해당 논란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 그 태도가 더욱 돋보였다. 봉준호 감독은 "극장, 넷플릭스 양측의 입장 모두를 이해한다. 두 방법 모두를 택하고 싶었던 내 욕심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피곤하셨을 관계자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는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리라 내다봤다.

앞서 '옥자'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관련해서도 프랑스극장협회의 반발을 불러와, 앞으로 극장 상영영화만 영화제에 초청한다는 새 규정이 생겨난 바 있다. 

◆ 옥자-미자-루시의 공통점? 여성!

캐릭터에 대한 소회도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 '설국열차' 등 전작에서도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배두나, 고아성에 이어 '옥자'에서는 미자, 옥자, 루시, 루시의 언니 낸시까지 모두 여성이다.





봉준호 감독은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소녀들이 강인할 때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안서현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자신이 옥자의 보호자란 걸 정확히 간파하고 있더라"며 "미자, 루시, 옥자 모두 여자인데 옥자가 여자로서 겪고 있는 혹독한 상황도 영화에 잠깐 나온다. 특별히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건 아니지만 셋의 축이 아주 자연스럽게 여성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단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극중 동물보호단체 ALF의 케이 역을 맡아, 미자와 ALF 단원 간의 통역을 해 준다. 스티븐 연은 "난 실제로도 케이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케이를 문화의 경계에 선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설정한 것이 매우 특이하고 특별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미란도 회사의 핵심인물인 프랭크를 연기한 지안 카를로는 "프랭크는 회사에 충성하는 사람이고 체제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 이 영화를 통해 나 역시 변화하기보다 체제의 일부는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 '옥자'가 던지는 메시지 

'옥자'는 유전자 변형 생물체(GMO), 동물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해 담아냈다. 그만큼 배우들의 감상도 다채로웠다. 

ALF 단원 블론드 역의 다니엘 헨셜은 "'옥자'는 내게 '희망'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엔 어두운 면이 많은데 이런 영화를 보며 희망을 갖게 된다"고, 미자 역 안서현은 "앞으로 지구에 일어난 식량난을 우리의 힘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틸다 스윈튼은 "'옥자'를 성장영화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미자, 옥자는 우리가 성장 과정에서 사랑, 가족, 신뢰 등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세상에서도 내 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봉준호 감독은 "우리는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거기에서 오는 피로가 있지 않나. 그럼에도 파괴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미자와 옥자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라운드테이블(최교범)

에디터 오소영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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