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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Dec 29. 2016

[리뷰] 행복을 향한 동행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영국 버스킹 뮤지션 제임스와 길고양이 밥의 우연한 만남과 찡한 우정을 다룬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감독 로저 스포티스우드)이 올 겨울 극장가를 따뜻한 감성으로 물들일 채비를 마쳤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스토리와 부드러운 음악 선율, 고양이 밥의 열연까지 얹혀 시선을 집중시킨다.              


주저앉은 남자의 서툰 걸음마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거리에 주저앉아 노래를 부르는 남자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의 모습을 조명하면서 시작한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가운데, 홀로 낭만을 노래하는 제임스. 그는 현실에 도태돼 자포자기한 채 몇몇 관객들이 적선하듯 던지는 동전에 하루하루 연명한다. 자연스레 그는 현실의 아픔을 잊기 위해 약에 빠져든다.


가족들에게도 버림받고, 변변찮은 친구 한 명 없는 제임스는 외로운 사람이다. 어쩌면 이 외로움이 그를 더 주저앉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이상 삶의 의지가 보이지 않을 때 자신과 같은 처지의 길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온다. 집도, 먹을 것도, 심지어는 이름을 불러줄 친구조차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만남은 운명처럼 삶의 의지를 북돋는다. 그리고 제임스는 고양이에게 ‘밥’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고양이 밥의 시선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고양이 밥의 시선까지 카메라로 옮겨낸다. 어두컴컴한 집 안을 어슬렁이거나, 빽빽한 버스 안에서 제임스를 찾아 고개를 치켜드는 밥의 낮은 시선을 포착한다. 사실 별 특별할 것 없는 연출이지만, 오로지 한 인물의 외로움에 집중하는 영화에서 이러한 카메라 워킹은 밥을 제임스의 동반자이자 영화 서사의 주요 열쇠로 격상시킨다.


어깨 위에서 묵묵히 높은 세상을 감상하는 밥의 시선은 때로 제임스의 시선과 겹친다. 이는 버스킹을 할 때나, 광장에서 잡지를 팔 때 밥에게 향하는 사람들의 따스한 관심과 눈길이 제임스에게도 향한다는 의미다. 지금껏 칙칙한 세상에 거주하던 제임스는 밥과 함께 생전 처음으로 어둠 밖 세상의 온기를 경험한다. 그리고 두 버디의 동행 걸음은 행복을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    

          

아쉬움을 감동으로 치환하는 힘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영화적 측면에서 번뜩이는 작품은 아니다. 몇몇 장면에선 긴장을 끌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고, 갈등이나 고난도 심도가 얕아 금세 해결돼 재미를 반감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아무런 걱정 없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힘은 상당하다. 본인의 사연을 직접 연기한 고양이 밥의 호연도 단단히 한몫한다.


끝까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감정을 극한으로 밀어 붙였다면 극적 재미는 더욱 올라갔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재미가 아니라 제임스-밥 간 관계와 성장, 감동에 보다 더 집중, 힐링을 선물한다. 이 작품에 젖어들면 유독 부침이 잦았던 2016년, 지쳐버린 우리네 마음 속에 유별난 감정이 한 방울 톡 떨어진다. 

러닝타임 1시간43분. 12세 관람가. 1월4일 개봉.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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