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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l 11. 2017

[리뷰] '택시운전사'

그 날의 광주 향한 헌사



올 여름 극장가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10일 언론 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목숨을 걸고 광주에 취재를 간 독일 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이하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의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한다. 그 날의 광주를 바라보는 감동어린 시선은 물론, 피터와 광주까지 동행하는 택시기사 만섭(송강호)의 훈훈한 케미스트리도 영화 팬들의 관람욕구를 자극할 예정이다.

 
‣ 37년 전, 그 날의 광주를 돌아보며..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조명한 영화는 그 동안 꽤 있었다. ‘꽃잎’(1996), ‘박하사탕’(2000), ‘화려한 휴가’(2007) 등등이 그 날을 되돌아보며 아픔을 상기했다. 이들은 모두 당시 광주의 피해자거나, 가해자의 입장에 서있던 인물을 조명한 작품이었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외부에 있던 인물을 빌려 사건을 바라본다. 택시기사 만섭은 돈에 쪼들린 서울의 택시기사이고, 피터는 일본에 특파된 독일 기자다. 이들은 자의든 타의든 안온한 외부에서 처절한 광주로 걸어들어 간다. 이 순간 광주의 피비린내 나는 현실은 ‘남의 일’에서 온전히 ‘내 일’이 된다. 어쩌면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들어간 관객들도 역시 비슷한 감각을 느낄지 모른다.


 



인상적인 건 영화가 기자인 피터가 아닌, 만섭의 시선으로 철저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피터가 자신의 카메라로 바라보는 현장이 관객들에게 프레임이 바뀌어 인위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반면, 만섭의 시선은 관객의 시선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현실에 찌든 만섭을 통해 관객들과의 공감을 환기하고, 동시에 조금씩 광주 시민들에 동화돼 가는 만섭의 감정변화를 관객들에게도 옮기려는 영리한 방식이다.

이로써 마음 한켠에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지만, 37년이나 지나면서 다소 흐릿해진 광주 민주화운동의 의미와 처절함,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관객들 가슴 속에 더욱 거세게 불러일으킨다.


 



‣ 걱정스런 소재를 멋스레 꾸미는 연출

‘택시운전사’는 변주가 어려운 소재를 택했음에도 영화적 흥미를 놓치지 않는다.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 열망과 군인들의 잔혹한 학살이라는 아픈 역사 의미를 놓지 않으면서 만섭과 피터, 두 인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첨가한다.

일단 서울에서 광주를 향하는 두 캐릭터의 로드무비부터, 말이 통하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코믹한 버디 케미스트리, 군인들에게 뒤를 쫓기는 추격 스릴러 등등 러닝타임 내내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 시종일관 관객들의 마음을 쥐고 흔든다. 물론, 엔딩으로 다가가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감동코드는 다소 과하다고 느낄 법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사건에 대한 역사적 무게와 목숨을 건 두 인물의 직업의식을 느꼈다면, 이는 과하다는 생각보단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 송강호-토마스 크레취만, 한독 대표배우의 명품 연기

‘택시운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주연배우 송강호와 토마스 크레취만의 존재감이다. 두 배우는 만섭과 피터, 두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의 구심점을 꽉 잡아주면서 관객들을 감동으로 이끈다. 한국-독일의 대표배우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모았던 이른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서울에서 택시기사와 외신기자로 처음 만난 두 인물이 느끼는 낯섦부터, 광주에 도착해서 위험 가운데 겪는 갈등, 그리고 말은 통하지 않지만 ‘전장’을 헤치며 나누는 전우애까지 이들의 감정만으로도 영화의 기승전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끔 명품 연기를 해냈다.

압권은 어두운 방에 누워 자신의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하는 만섭의 독백이다.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만섭과 ‘한국말’을 이해할 수 없지만 만섭의 심경을 느끼는 피터 사이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끈끈한 우정이 자리한다. 이 대목에서 두 배우의 눈빛은 어떤 대사보다도 관객들에게 정확한 감정을 전달한다.

 
러닝타임 2시간17분. 15세 관람가. 8월2일 개봉.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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