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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l 19. 2017

[리뷰] 아픈 역사 바라보는

 카메라의 한계 '군함도'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8km 떨어진 곳에 있는 섬이다. 일제 강점기, 많은 조선인들이 징용돼 강압적으로 하루 12시간 이상 석탄 채굴 작업에 동원되며 탄광 사고, 영양실조 등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바로 그 군함도의 이야기를 다룬다. 너무도 아픈 역사를 소재로 관객들의 가슴에 뜨거운 울림을 전달한다.     


         



‘군함도’의 첫 장면은 지하 1000m 아래 갱도를 향해, 마치 지옥 구덩이에 입성하듯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와 그 안을 빽빽이 채운 벌거벗은 조선인들을 조명한다. 여기에 흑백 화면 구성이 겹쳐지며 '군함도'가 과거 역사에 기반을 둔 영화임을 밝힌다. 그러나 이윽고 컬러 화면으로 전환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군함도에 만연한 폭력과 강압, 가학적 노동 장면은 현실감을 전달한다.


다소 민감한,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분노할 만한 소재를 채택한 ‘군함도’는 시종일관 인상적인 연출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분노를 바라보는 태도가 꽤 엄정하다. 조선인과 일본인의 대조되는 얼굴을 정면에서 클로즈업하면서, 개개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감정을 이끌어내는 화법은 능란하다. 아픔 한 가운데 거주하는 인물들의 미묘한 표정을 파고들어 찌른다. 동시에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려 몰아치는 사운드 완급효과도 탁월하다.


군함도에서 힘겨운 삶을 어렵사리 이어갈 것인가, 죽을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인가 라는 생존-자유의 딜레마를 활용하는 점도 관객들의 가슴을 쥐락펴락한다.   


          



그러나 시선을 연출이 아닌 서사로 돌린다면 다소 아쉽다. 영화의 흥미를 배가하기 위한 설정임은 알지만,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가 빠지기 쉬운 함정에 ‘군함도’ 역시 자유롭지는 못하다.


우선은 선악을 명백히 구별하려는 관념적 태도다. 역사 흐름에 따라 피아가 구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군함도’ 속 인물들의 선악은 더욱 날카롭게 구별된다. 물론 억울하게 끌려온 조선인에 대비되는 일제와 친일파에 대한 표현은 어쩔 수 없지만, 인간성이 완전히 배제된 평면적인 악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일제라는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그 시절 개개 인물들에게 악의 책임을 요구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많은 피해자들의 사연에 집중하면서 벌어지는 감상적인 태도도 아쉽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아버지 강옥(황정민)과 딸 소희(김수안), 조선인들의 신망을 받는 독립운동가 윤학철(이경영)과 그를 구출하러 온 독립군 박무영(송중기), 자존심 강한 주먹꾼 최칠성(소지섭)과 위안부 생활을 하는 오말년(이정현)의 사랑까지.


중심 인물관계만 해도 셋이다. 이들 각자의 사연과 감정이 영화를 이끄는 주요 축으로 작동하는 덕분에 ‘군함도’엔 울컥하는 장면이 넘친다. 그러나 짙은 감정신이 이어지는 통에 역사가 주는 아픔과 울림, 분노의 잔향은 그리 짙게 남지는 않는다.       


      



결국 여기서 영화 ‘군함도’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얼핏 ‘군함도’는 당시 조선인들이 겪은 잔혹한 피해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를 재조명, 군함도에서 벌어진 일제의 잘못을 고발하기 위한 영화로 보인다.


하지만 오프닝에서 밝히듯,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픽션’이다. 소재는 군함도에서 따왔지만 극적 장치가 다수 포함돼 고발영화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 관객이 있다면, 일정부분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류승완 감독조차도 “이 영화는 역사를 알리기 위한 작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군함도’는 오락영화인가.


물론 ‘군함도’는 여름 오락영화를 바라는 대다수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며 관객몰이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액션 연출은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내쫓을 만큼 화끈하고,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만한 장치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군함도라는 아픈 역사의 흔적이 조금 흐릿해졌다는 점에서는 입가에 씁쓸함이 맴돈다.


러닝타임 2시간12분. 15세 관람가. 26일 개봉.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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