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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l 20. 2017

EBS 외주 다큐 PD 사망까지…

열악한 제작환경 개선될까



EBS가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연출하던 외주 독립PD 두 명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던 중 사망했다.


 

사진=EBS '다큐 프라임' 제공



‘다큐프라임-야수와 방주’를 제작하던 박환성, 김광일 PD가 지난 14일 오후 8시45분(현지시간), 프로그램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한국독립PD협회 사고수습대책위원회가 파악한 경위에 따르면, 두 사람이 탄 차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졸음운전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

사고가 난 장소는 가로등도 없는 도시 사이 국도였다. 오지 촬영시 밤에 장거리 운전을 하지 않는데, 두 PD는 빠듯한 제작비 때문에 강행군을 펼친 것으로 추정된다. 구급차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두 PD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이같은 열악한 제작환경과 불합리한 처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일어난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이한빛 PD 사망사건 역시 처우 개선 문제와 얽혀있다.

이한빛 PD 사망사건 당시, 장시간 노동과 업무과중, 계속된 밤샘촬영과 폭언 등 과도한 업무와 계약직의 손쉬운 해고 등에 대해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별다른 변화는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망사건이 벌어지며 다시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2015년 전국언론노조와 한국독립PD협회의 독립PD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열악한 제작상황을 알 수 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인격무시와 관련된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독립PD의 비율은 84.6%(123명 응답자 중 104명)였다. 또한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 계약을 하거나 혹은 계약 언급조차 없었던 경우는 응답자 전체의 76.6%를 차지했다. 여성 독립PD의 경우 성폭력(성추행,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7.5%(응답자 16명 중 14명)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난 2015년 6월에는 종합편성채널 MBN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외주 PD가 MBN 소속 PD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문제가 방송사와 외주업체 간 불공정 거래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제작사가 정부로부터 받는 일정의 지원금을 방송사가 송출료 명목으로 40%정도 환수하기 때문이다. 외주 업체는 부당한 갑질에 당하는 동시에, 줄어든 제작비 내에서 고퀄리티 영상을 만들려다보니 위험한 환경속에서 강행군을 뛸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재능있는 PD들이 연이어 사망하며, 제작환경의 근본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빗발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출국 전 고인을 만난 경험을 언급하고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동물 다큐멘터리 연출자를 잃었다”면서 독립 피디들의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독립PD협회 역시 두 PD의 귀환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을 진행하며, 총체적인 대책을 수립 중이다. 사고 마무리와 더불어, 방송가 관행 개선이 시작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에디터 신동혁, 오소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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