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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Aug 10. 2017

[리뷰] 기억과 마음 건드리는 사운드 호러 '장산범'



지난 2013년 560만 관객을 동원한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이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귀신을 다룬 신작 '장산범'으로 돌아온다. 신박한 소재로 중무장한 영화는 무더위가 기승인 날씨와 상반되는 서늘함으로 관객을 매료할 수 있을까.              





5년 전 실종된 아들을 잊지 못하는 희연(염정아)은 남편 민호(박혁권)를 따라 장산으로 이사를 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잔뜩 겁 먹은 채 숲 속에 숨어있는 여자아이를 만난 희연은 아이에게 모성애를 느끼지만, 민호는 딸 준희의 목소리를 똑같이 따라하는 소녀에게 의구심을 품는다.


'장산범'은 눈을 감아도 가려지지 않는 공포를 다룬다. 바로 '그것'이 흉내내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장산 아래에 위치한 희연의 집 근처 동굴에선 무엇인가 자꾸만 조잘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잘 들어보면 세상에서 가장 익숙한 목소리들이다.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이곳저곳에서 돌출하는 목소리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킨다. 이들이 느끼는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압도적 사운드는 관객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안겨준다. 


            



'장산범'은 스테레오가 제대로 갖춰진 공간에서 봐야 진가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한다. 360도 전 방향 효과를 발휘하는 사운드는 상영관의 어떤 위치에서도 간담을 서늘케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운드 스릴을 위해, 기존 영화의 5배에 달하는 시간을 들인 후시 녹음을 진행했다. 희연이 소녀와 함께 동굴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이런 효과가 극대화됐다.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오는 '그것'의 목소리들이 주인공은 물론, 관객들의 심장까지 공격하는 것만 같다.


한 가족의 삶에 균열을 일으키는 귀신의 존재, 여느 공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스토리지만 온라인에서 괴담처럼 떠돌던 소재 '장산범'이 가미됨으로써 더욱 흥미롭게 돌변한다. 희연이 아들을 잃은 후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설정은 마지막 충격적인 희연의 선택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러나 희연이 베일에 싸여있던 장산범의 존재를 알게되는 과정은 다소 흔한 전개로 이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동굴에서의 사투가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인물이 일순 등장하는 장면은 당혹감을 안긴다. 전래동화 '해님달님'을 연상시키는 게 목적이었을지 몰라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집에 어린 딸을 홀로 두고 나오며 '엄마 목소리를 믿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 또한 적절한지 의문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는 관객을 스크린에 충분히 몰입하게 한다. 14년 전 '장화, 홍련'에서의 살벌한 연기로 '호러 퀸' 타이틀을 얻은 염정아는 상반된 캐릭터를 능란하게 주무른다. 예민하고 불안한 기운을 내재한 가운데 극렬한 공포 속에서도 따스한 모성이 전해지는 희연의 복합적인 감정을 충실히 펼쳐낸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소녀 역의 신린아 역시 적재적소의 표정 연기로 시선을 붙든다. 러닝타임 100분, 15세 관람가, 17일 개봉.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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