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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Sep 10. 2017

[리뷰] '아이 캔 스피크'  

  고맙다, 이 신선함



시사회 후 극장 가득 박수가 터져나왔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여전히 진행 중인 위안부 문제를 따뜻하고 신선하게 담아낸 '아이 캔 스피크'엔 '고맙다'는 감상이 먼저였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미 의회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통과를 위한 청문회에서 모티브를 땄다. 앞서 '스카우트'(2007)로 광주민주화운동과 코미디가 융합된 이야기를 색다르게 담아낸 김현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야기는 365일 민원을 넣는 나옥분(나문희)이 융통성 없는 원리원칙 공무원 박민재(이제훈)를 졸라 영어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영어를 두려워했던 나옥분이 점차 당당해지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나옥분이 영어를 꼭 배워야만 하는 이유가 밝혀지며 '아이 캔 스피크'는 쉼없이 관객을 울린다.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작품이란 것을 몰랐던 관객에겐 훌륭한 반전이 될 테지만, 이를 미리 알고 본 경우더라도 후반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결코 뻔하지 않다. 이는 배우들의 열연과 실화의 힘, 억지 눈물과는 거리가 먼 연출 덕분이다.              





무엇보다도 '영어 배우기'란 신선한 소재를 접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에 대해 비슷하게만 담아냈던 기존 접근방식에 지친 관객이라면 분명 반가울 작품이다. 


또 '아이 캔 스피크'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담아내고, 여전히 사과 없는 일본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면서도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 없이도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용기있게 나아가는 나옥분이란 인물과 그가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조명함으로써,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일이며 우리 곁 이야기란 점을 강조한다. 


특히 나옥분 할머니가 위안부로서 겪었을 아픔과 그동안의 시간에 대해 독백하는 장면은 실제 피해자들의 아픔을 연상케 하는데, 나문희의 열연이 눈물샘을 마구 자극한다. 더불어 영화 제목으로도 쓰인 "아이 캔 스피크"가 지닌 뜻밖의 의미가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이 나이에 주인공을 하는 기분은 아무도 모를거다"는 나문희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로 감동을 전한다. 구청의 골칫덩이로만 보였던 그에게 숨어있던 이야기, 이제훈과의 푸근한 케미, 후반부 청문회 신 등에서 진정성이 가득 묻어난다. '박열'에서 불같은 성격의 인물을 연기했던 이제훈은 그 얼굴을 완전히 지운 채, 답답해보일만큼 융통성 없는 공무원을 표현해 웃음을 준다.         


     



김현석 감독은 염혜란, 이상희, 박철민, 이지훈, 정연주, 성유빈 등 조연들에게도 애정을 담아 유쾌하고 살아있는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특히 '디어 마이 프렌즈'와 연극 '잘자요 엄마'에서 모녀로 호흡을 맞춘 나문희-염혜란의 연기가 웃음과 눈물을 쏙 뺀다.


러닝타임 1시간59분. 12세 관람가. 9월 말 개봉.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오소영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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