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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Oct 30. 2017

[인터뷰] 배우 그리고 엄마...

오윤아가 살아가는 법



오랜 기간 도도한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배우 오윤아(37)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변신에 완벽 성공했다. 극 중 김은향 역을 맡아 딸바보 엄마의 모습부터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내연녀에게 복수하려 고군분투하는 모습까지 진폭 넓은 감정을 넘나들며 작품의 인기를 선두에서 이끌었다.



             



가을바람이 살랑이던 날,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오윤아를 만났다. 큰 사랑을 받았던 ‘언니는 살아있다’에 대한 이야기부터,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마음가짐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Q. 많은 사랑을 받았던 ‘언니는 살아있다’가 막을 내렸다. 아쉬움과 시원함이 공존할 것 같다. 소감을 듣고 싶다.


A. 긴 호흡의 작품이었다. 연기와 인생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할 때 만난 작품이어서 더 애착이 간다. 그러다보니 평소보다 조금 더 집중하고, 조금 더 진지하게 몰입을 했다. 그런 은향이를 이제는 보내야 한다는 게 뭉클하다. 아직도 연기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시청자분들께서 많이 사랑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드라마다. 


Q. 김은향이라는 캐릭터가 사실 그동안 배우 오윤아의 이미지와는 다소 상반된 느낌이 있다. 부담 같은 건 없었나?


A. 그 전까지는 화려한 이미지가 많이 부각됐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내 한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은향이 같이 모성애 있는 평범한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물론 그 평범함이 오래가지는 않았지만.(웃음) 사실 평소 김순옥 작가님의 작품을 참 좋아했다. ‘왔다! 장보리’도 잘 봤고, ‘아내의 유혹’ ‘내 딸, 금사월’ 도 굉장히 재밌었다. 캐릭터의 감정이 섬세하고 디테일 했다. 시청자분들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좋았다.            


 



Q. 김순옥 작가는 흔히 ‘막장 대가’로 불린다. 그 드라마에 직접 참여한 배우로서의 느낌도 꽤 궁금하다.


A.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 놀랐다. 캐릭터가 하나하나 다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작가님께서 캐릭터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열어두셨다. 내가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가 문제였다. 감정변화가 연기에 따라 억지로 보이기도, 공감이 되기도 하는 지점이 많았다. 특히 은향 역은 감정폭이 넓어서 조금이라도 장난스럽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진짜 엄마 같은, 진짜 복수에 눈 먼 여인처럼 보이고 싶었다. 한 치도 몰입을 멈출 수가 없어서 힘들었지만 공부가 많이 됐다. 


Q. 모성이 강조된 캐릭터다보니 실제 아이를 키우는 경험이 연기에 많이 도움 됐을 것 같다.


A. 특히 은향이는 모성애를 모르면 안 되는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싱글맘으로 살면서 경험하는 감정들이 무척 도움 됐다. 아이를 잃었을 때, 또 다쳤을 때의 감정은 일상에서 늘 겪고 있으니까 자연스레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오히려 너무 몰입이 돼 힘들었다.(웃음) 아무래도 6개월 동안 드라마 감정을 계속 끌고 가야하니까, 집에 있을 때도 계속 울컥했다.             





Q.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김은향-구세경(손여은)의 워맨스다.(웃음) 벌써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 유력후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A. 어휴... 남자랑 받고 싶은데...(웃음)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철천지원수지간이었다가, 손을 잡아주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시청자분들이 거부감을 느낄까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은향이 입장에서 죽기 전에 엄마로서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세경이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던 것 같다. 또 세경이 아들 용하가 죽은 딸과 친구였으니까 더 그러지 않았을까. 그런데 감정적으로는 편치 않았는지, 유독 썩소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웃음)

 

Q.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를 마치자마자 ‘언니는 살아있다’를 시작했다. 싱글맘 입장에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텐데...


A. 그동안 아이와 많이 놀아주지 못한 점이 미안하다. 그런데 이젠 아이가 많이 커서 조금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게 됐다.(웃음) 물론 고민을 했던 시기도 있다. 과거에 아이가 아팠던 때가 있다.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보니까 늘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드라마를 하다보니 내 스스로 에너지를 끌어올리게 되고 또 그러면 웃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힘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연기를 했던 것 같다. 만약 일을 쉬었더라면 더 힘들었을 거다.             





Q. 연기 자체가 삶의 원동력이었다는 뜻인가?


A. 그렇다. 사실 지금껏 일단 끊임없이 활동할 수밖에 없던 환경이었다. 하지만 불평하기보단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힘듦을 극복해 나갔던 것 같다. 또 그 에너지를 잃지 않기 위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싱글맘, 워킹맘의 고충은 이만저만 아니다. 놓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러나 일 때문에라도 계속 긴장을 하고, 목표를 갖는 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Q. 그렇게 배우로서 뚜벅뚜벅 걷다보면 언젠가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있을 것 같다.


A. 시청자분들에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연예인이기에 이혼, 싱글맘의 삶이 풍파처럼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거다. 그리고 계속 연기를 해나가면서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또 내 연기로 대중에게 에너지를 전달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고두심 선생님을 가장 존경한다. 대사 한 마디를 하더라도 가슴을 울리는 그런 배우로 기억 되고 싶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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