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Prologue

by 알토

한국을 출발하던 날, 집 앞 스타벅스에서 딸아이와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주스로 아침을 먹었다. 아내는 일요일이지만 출근했고 먼길 가는 아빠를 혼자 보내기 짠하니 자기라도 마중해야 한다며 학원가는 아침에 나와 동행한 것이다.

집 앞 도로에서 딸아이는 내가 태어나서 메고 다닌 가방 중 가장 무겁고 큰 배낭을 멘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운 나의 인증샷을 찍어 주었다. 배낭과 그 아래 매달린 침낭만 보면 히말라야 등반대를 따라가는 곱슬머리 셀파다.

둘이 마주 보고 아침을 먹으며 “산티아고 순례 길에 유명한 철 십자가가 있는 산이 있는데,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그 십자가 아래에 자기 나라에서 가져온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이나 기념할만한 것을 놔두고 온대”라고 말했더니 딸아이는 가게 점원에게 네임펜을 빌려 병뚜껑에 뭔가를 적어 내민다.

내 이름, 아내 이름, 자기 이름 그리고 약속 두 가지. ‘금연’그리고 ‘완주 하기’.

내가 탄 공항버스가 출발한 후에도 한참 동안 떠나는 버스를 바라보며 서 있던 딸은 아내에게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아빠가 갔어......"

그렇게 아내와 딸을 한국에 남겨두고 혼자만의 긴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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