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죽음을 선택한 이들

어느 보호 종료를 앞둔 아이의 죽음

쓸쓸한 죽음을 선택한 이들

어느 보호 종료를 앞둔 아이의 죽음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을까. 그중 가장 슬픈 죽음은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던 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죽음이 아닐까 싶다.


2020년 12월 28일 광주 어느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한 고등학생(남, 17세)이 보호 종료 시기가 다가오자 7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가 낙하 방지물을 설치하던 도중 추락하였다. 그 소년은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두려웠을까. 갓난아기 때 작은 상자에 담겨져 보육원에 맡겨진 지 열일곱 해 만이었다. 마지막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누가 무엇이 그 소년을 죽게 했을까.


보건복지부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한 달에 5명 정도의 보호 종료 청소년이 자살한다고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떠돌고, 굶으며 지내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퇴소 후 자신을 버린 가족을 찾아갔다가 부모에게 얼마 안되는 정착자립금을 뺏기는 경우도 있고,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다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분은 앞서 언급한 보육원생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물론 자살률이 높은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한 사람의 죽음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보육원에서 성장하여 평생 변변찮게 살다가 그 누구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2년 전 나도 보육원 후배의 자살을 마주하였다. 부모의 이혼으로 보육원에 입소한 그는 퇴소 후 친아빠에게 돌아갔지만 베트남 새어머니와는 소통이 안 되고, 생부에게는 무관심과 냉대를 받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서적인 불안과 심리적인 압박감 그리고 삶에 대한 무기력으로 세상을 등지고만 것이다. 부모에게 돌아갔으니 잘 지내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비참한 결과로 이어진 것을 보고 너무나 슬펐다. 더욱 화나는 점은 그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우리가 앞장서서 준비하고 진행했다는 것이다. 친부와 새어머니는 그동안 함께 살지 않은 고인에 대해 특별한 감정도 없는 듯했다. 심지어 ‘잘 갔다’는 말을 심심찮게 내뱉기도 했다. 그분들의 고단한 삶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을 낳은 부모로서 마땅히 취해야 하는 행동을 못 하는 이가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마다 보호종료아동 2,500여 명이 사회로 나오는데, 4명 중 1명꼴로 6개월 안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된다는 통계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받는 생활비는 60만 원 안팎인데, 만일 아르바이트 등으로 수입이 생기면 그 자격은 박탈된다.


다시 광주 보육원에서 자살한 소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고인이 된 그 소년에 대해 보육원 측에서는 자유롭고 싶다며 보육원에서 나가길 원했고 자립교육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조울증을 앓고 있었고, 지난해 코로나19로 등교가 중단된 동안에는 자해를 수차례 시도하여, 병원에 두 차례 입원하기도 하였다.

자, 그렇다면 그 소년의 죽음의 원인은 무엇이며 가해자는 누구인지를 밝혀야 한다. 보육원에서는 ‘자립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며 자살의 원인은 개인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시설에서는 ‘보호 종료를 앞둔 아이들은 의지할 데가 없어 애정 결핍의 정도가 매우 커진다’ 라며 그가 자립교육에도 형식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한 고인은 평소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라며 부모가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었다며 자신들에겐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소년의 죽음은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우선 아이를 보육원에 맡긴 친부모의 잘못이 가장 크다. 어떤 의도로 아이를 낳은 것인지는 모른다. 그 부모도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이유를 불문하고 그 소년이 자살한 것은 친부모의 책임이다. 다음의 책임은 보육원에 있다. 고인이 된 소년이 보육원에서 인정받았더라면, 그 공동체에서 그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더라면 그 소년은 반드시 새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그 아이에게도 책임이 조금은 있다. 모든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그 보육원 관계자의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 한 가정의 자식이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한다면 그 부모는 평생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자책하면서 암담하게 살아갈 것이다. 보육원 관계자들은 그 아이의 죽음에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물론 그분들이야말로 가장 슬프겠지만 그 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필자는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며 다시는 이 땅의 보호종료아동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광주광역시 시청 앞에서 고아 자살 사태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의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가정에서 온전히 보호받지 못해 보육원에 입소한 아이들이 제2의 아동학대 및 방임으로 인해 자살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


「아동복지법」 38조, 42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대상아동의 퇴소 이후 자립 지원을 위해 주거, 생활, 교육, 취업 등과 자산 형성·관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부는 요보호아동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은폐된 자살 사건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책임자를 처벌하며 다시는 참혹한 자살이 발생되지 않도록 조처해야 한다. 고인의 죽음은 당연히 자립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행정 편의적으로 정보 없이 사회로 내몰리거나 퇴소 불안을 겪지 않도록 우울증이나 학대 피해 경험이 있는 아동은 세심하게 돌봐줄 전문 가족위탁제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고 퇴소 후에도 본인 희망 시엔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해부터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한국상담심리학회와 연계해 심리상담을 강화하고 주거지원통합서비스를 마련해 사례관리사를 통한 아동 일대일 지원을 하고 있다.)


정부는 출산장려책 못지않게, 소중한 한 생명으로 태어났지만 부모에게 외면받는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한 수많은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해 어엿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끝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소년의 죽음에 대해 우리도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육원의 잘못만이 아니다.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실효성 있는 감독과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보육원에 관심을 갖고 그 아이들이 잘 성장하는지 우리 모두가 지켜봐야 한다. 보육원이나 시설 출신의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색안경을 끼지 않고 따듯한 온정을 제대로 베푼 적 있는지를 돌아보아보기를 바란다. 오롯이 혼자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얼마나 관대했는지, 너그러움을 가지고 있는지 이제는 되돌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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