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아동의 날 제정을 촉구하며

부모가 날 버렸어요. 영아 유기 갈수록 증가… 나 홀로 출산하는 10∼2

유기 아동의 날 제정을 촉구하며


‘유기하다’의 법률상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종래의 보호를 거부하여, 그를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 두다.”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자신이 보호해야 할 대상을 ‘내다 버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기 아동은 누구일까? 유기 아동은 보호를 받지 못하고 부모에게서 버려진 아동을 뜻한다. 이와 다르게 실종 아동은 약취(略取)·유인(誘引) 또는 유기(遺棄)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가출하거나 길을 잃는 등의 사유로 보호자로부터 이탈(離脫)된 아동 등을 말한다(「실종아동법」 제2조제2호).


유기 아동과 실종 아동의 차이는 무엇일까. 부모가 잃어버린 아동을 찾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면 그 아이는 실종 아동이 된다. 즉 실종 아동은 어른의 관점에서 아동을 바라보는 것이다. 유기 아동이란 부모를 잃은 아동이 본인 스스로를 일컬을 때 사용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더 나아가 아동이 어느 한적한 곳에 버려져서 보호시설에 수용되지만 일가친척 등의 아무런 연락도 없는 아동을 일컬어 유기 아동이라고 할 것이다.


5월 25일은 ‘실종 아동의 날’이다. 2007년 처음 지정된 이후 올해로 15번째 실종 아동의 날을 맞이했다. 아동을 잃은 가족은 아이의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기를,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정부는 실종 아동을 예방하기 위해 2004년에는 ‘유전자 검사’를, 2012년에는 ‘지문 등 사전 등록제’를 도입하였다. 집에서도 휴대전화로 쉽게 ‘지문 등 사전 등록 서비스’에 등록하여 만약에 아이가 실종될 경우에 쉽고 빠르게 찾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여러 기업에서도 경찰과 손을 잡고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캠페인을 하며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기 아동의 실태는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버려진 아이, 유기 아동에게 부모를 찾아주기 위한 노력을 정부와 기업에서는 얼마나 하고 있을까. 매년 실종 아동 찾기를 위한 캠페인을 보면서 유기 아동에 대한 관심은 왜 없는지 너무나 화가 난다. 실종된 아동은 부모가 있어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유기된 아동은 가정으로 돌아갈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개탄스럽다. 물론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겠는가마는 이 사회의 다각적인 노력으로 아이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유기된 아동은 부모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아예 품지도 못하고 너무나 참담한 심정으로 평생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5세에 보육원에 들어가 8세에 처음 호적을 만든 나는 실종 아동일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경찰서에 가족 찾기 DNA 검사를 했다. 하지만 생부모의 자료가 국립과학수사원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 실종 아동이라는 생각으로 ‘언젠가는 부모가 찾으러 오겠지’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살았는데, 유전자 검사 이후로는 유기된 사람임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 참으로 슬프고 절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실종 아동 찾기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보면서 나는 문득 유기 아동에게 부모를 찾아주기 위한 활동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부모를 만날 수 없는 유기 아동을 위한 정책은 왜 없는지 의아했다. 그 이유를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호종료가 되어 보육원을 퇴소한 이들이 어렴풋이 알고 있는 부모의 기록을 토대로 간혹 부모를 찾기도 하는데 찾더라도 그 부모가 만나지 않겠다고 하면 강제로 만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부모의 정확한 이름이나 주소도 경찰서에서 부모의 동의를 받고서 자녀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이 지금 시행 중인 제도이다. 자식을 책임지고 키워야 하는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신의 존재도 자식에게 숨기는데, 법은 이러한 부모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실종 아동의 날을 통해 안타깝게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그 자녀를 하루 빨리 찾길 진심으로 바라 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종 아동의 날이 올 때마다 유기 아동의 날도 제정되어야 한다는 간절한 생각이 든다. 아이가 부모와 헤어져 지낼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부모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독자는 너무 지나친 비유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동물 유기보다 더 무자비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인 아동 유기의 심각성을 우리 사회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나는 동생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2021년 8월 동생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동생은 우울할 때면 나에게 엄마를 찾아달라고 부탁하였다. 마지못해 DNA 검사를 하였고 그 결과 우리는 엄마를 찾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확인하고서 서로를 위로하였다. 동생의 유언은 엄마를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0년간 헤어져 지낸 마당에 이제 와서 내가 부모를 만나고 싶다거나 함께 살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한 가지 작은 소망이 있다면 부모가 어디에 사는지,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그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다. 그래서 나는 부모를 실종 부모로 지칭해 본다. 내가 유기 아동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실종 부모를 찾고 싶다. 내가 유기가 되었다는 것은 나 자신을 너무나 약하고, 비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모를 몰라서 서러운 게 아니라 내 삶을 스스로 비관하는 것이 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통계 기록을 통해 유기 아동에 대한 심각성을 전하고자 한다. 2008년에서 2019년 사이 보호대상아동의 발생 사유 중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인 것은 아동학대이다. 2008년 9.6%에서 2019년 36.7%로 급상승하였다. 그 다음으로 증가된 사유는 유기이다. 유기 아동은 최근 4년간(2015∼2019) 매년 평균 280명씩 발생하였다. 서울의 경우, ‘유기’(2008년 1.4% → 2019년 16.2%)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보호조치아동 중 유기 아동 비중은 2010년 2.2%에서 2019년 5.9%로 늘었다.


정부는 유기 아동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특히 미혼모의 아동 유기가 증가하는 만큼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부끄럽거나 고통스럽지 않도록 경제적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아동 유기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보육원 후원과 자원봉사의 진실과 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