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족보는 내가 만든다

족보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

내 족보는 내가 만든다

- 족보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



내가 교사이다 보니 교사들 중에 부모 중 아빠가 교수이고 엄마는 교사라며 자랑을 한다. 공무원이다 보니 주변에서 부모들 자랑 배틀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직업뿐 아니라 재산, 인간관계 등 많은 것들을 자랑하곤 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땅이나 집 등을 이야기 할 때마다 나는 해당사항이 없어 딴청을 피우곤 한다. 족보 이야기도 한다. 몇 대손 어떤 가문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집안 자랑을 한다. 나는 족보가 없다. 엄밀히 말하면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사실상 내 족보를 본 적은 없다. 대체 사람들에게 족보란 무슨 의미일까.


우주 여행을 가는 첨단의 시대에도 족보는 중요하다. 학교나 사회, 어디서나 족보에 관한 이야기는 심심찮게 나온다. 우리 아버지가 해병대 출신이니 나도 해병대에 갈 거야. 라는 말을 가장 부럽다. 나는 군인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보육원 1대 원장님이신 목사님을 보면서 신학대에 진학하였다. 목사님처럼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었다. 교사로 발령받고 심심찮게 부모이야기를 하면 나는 아버지가 목사님이라 했다. 그분들이 내가 보육원 출신인 것을 알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목사님을 아버지로 여기고 있었다.


3년 전 부모를 찾아보기로 했다. 시청에 가보니 30년 전의 보육원 입소 기록은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호적은 만들어준 법원에 가라고 해 법원에 호적기록 증명서를 보고 전주 이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일가창립인 것이다. 나의 호적이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지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는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주민번호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내 이름을 이성남으로 했는지 왜 전주 이씨로 했는지는 아직도 궁금하다. 여하튼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성남으로 새로이 살고 있다.(나쁜 삶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니 아버지 뭐하시노'

'친구'라는 유명한 한국영화의 대사이다. 영화 속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 현장이나 사회에서 비행청소년을 만나면 어른들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말이다. 부모의 무엇을 닮았기에 이 아이가 이 모습인지 추측하기 위함일 것이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좋은 회사에 다니겠지 라는 생각으로 물어보지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부모도 시원찮다고 생각해서 본인의 생각을 정당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께서는 수업 전 모든 아이들에게 가문을 물어보았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모른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뿐 아니라 너는 배은망덕한 놈이라며 때리고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친구들 앞에서 나의 삶을 다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서러움을 달래며 벌을 섰다.


고등학교 친구 중 내가 보육원에 산다는 것을 아는 절친이 있었다. 대학생이 된 우리는 어느듯 경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친구가 '너는 돈이 있느냐, 우리 집에서는 내가 졸업하면 바로 5,000만원 준다'고 했다. 친한 사이이기에 별다른 자랑은 아니었고, 사실 나도 당시에는 그런가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졸업 후 교사가 되고 돈을 벌어보니 5,000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 줄 알게 되었다. 어렵게 6,000만원의 전세를 구했는데 혼자 은행대출을 받는게 너무나 힘들었다. 출발선이 다른 친구를 생각하니 그제서야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5월 15일 스승의 날 대한민국 스승상에 선정되어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훈장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한다. 교사로서 그동안 교직생활을 하며 열정적으로 자료개발을 하여 새로운 수업을 하였고 다문화, 탈북, 소년소녀가장 지원업무를 맡아 소외된 학생들의 적응을 돕고자 노력하였다. 부모 없이 성장한 내가 훈장을 받으니 주변의 반응이 너무나 뜨거웠다. 보육원 출신이 얼마나 노력하여 훈장까지 받게 되었는지 놀라워했다.


훈장을 받으니 나보다도 아내와 자녀들이 더 좋아한다. 나는 이 기쁨을 다름 아닌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너무나 좋다. 물론 가문이 있어 부모, 친지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좋겠지만 내가 가문을 만들어간다는 면에서는 새로운 창시자이자 개척자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나의 삶을 만들어 가기에, 족보가 없어도 가문이 없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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