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을 통한 행복 추구권
입양은 쇼핑이 아니다
2021년 1월 대통령님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 이야기가 등장했다. 입양을 취소하거나 입양 아동을 바꾸는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이에 입양부모들은 입양은 쇼핑이 아니다라고 즉시 반발했다. 즉 입양 일정기간 후 입양을 취소, 즉 파양을 하는 것에 대해 말씀한 것이다. 입양을 놓고 취소나 아동 변경 등의 단어가 나온 것은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입양 부모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었다. 나는 보육원에서 파양된 아동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을 볼 때마다 왜 다시 왔는지 너무나 궁금했고 돌아온 그들이 적응을 잘 못하는 모습을 보며 참 안쓰러워했다.
당연하지만 아동은 물건이 아니다. 그래서 입양을 쇼핑을 하듯이 하면 절대 안 된다. 고아들의 기본권과 평등권, 행복권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건강한 삶을 펼칠 수 있는 입양은 무연고자에게도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좋은 후원자를 만나도 인생은 달라지지만 새로운 기회와 삶은 얻은 진정한 부모를 만나는 것은 너무나 귀한 일이다.
입양기간을 거친 후 파양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입양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다섯 살에 부모와 헤어지고 21년간 보육원에서 성장했으며 지금까지 부모를 찾지 못한 나는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보니 다시 한번 부모가 왜 그렇게 필요한지를 매순간 깨닫는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가 필요하며 친부모이든 양부모이든 중요하지 않다.
시설 퇴소인들을 돕는 한국고아사랑협회 회장으로서 지난 해 발생한 정인이의 죽음은 너무도 안타깝기만 하다. 정인이가 입양을 가지 않았다면 보육원에서 자랐을 것이다. 입양을 간 정인이가 학대로 인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제2의 정인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동중심의 정책이 올바르게 펼쳐지길 바랄뿐이다.
아이들이 보육원 가는 이유는 부모의 이혼이나 빈곤, 사망, 유기 등 다양하다. 그중 부모의 학대가 25%로 압도적이다. 여러 사유로 원가정에서 분리된 아이들은 대부분 보육시설에서 보호된다. 보육원 퇴소생의 입장에서 보육원을 퇴소한 후 겪게 되는 어려움을 언급하자면 너무나 많다. 혹자는 학대받는 가정보다 국가의 감시망에 있는 보육원이 훨씬 더 안전하다라고 얘기한다. 언뜻 보기엔 안전하기만 단체 생활에 길들여지기에 아이들은 주도성이나 자발성이 부족하다. 통제와 구속이라는 굴레에서 오랜 기간 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열 여덟살에 보육원을 퇴소하고 자립을 하는데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이로 인해 안타깝게 자살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오랜 기간 보육원에서 도움의 손길에 길들여진 아동들에게 역설적으로 자립해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보육 환경은 일반 가정과 동일할 수 있겠지만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외로움까지 더해진다. 자립에 성공해 가정을 이룰 활률은 10%도 되지 않으며 보육원 퇴소생 중 5년 내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확률은 25%라고 한다. 이 얼마나 슬프고 냉정한 현실인가?
정인이 사건을 보더라도, 여러 사정으로 원 가정에서 분리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입양가족들이 준비 되어야 한다. 다음은 '모든 아동은 가정에서 자라야 할 권리'에 대한 기자회견 발표문이다.
입양을 통한 행복 추구권
현재 우리나라는 가정에서 자라야 할 아이들을 여러 이유로 시설로 내몰고 그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며 그들의 삶을 방치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는 “모든 국민(아동)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정에서 자랄 권리)를 가진다.”라고 말한다. 제13조 3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말한다.
집단보육시설이 아무리 관리가 잘되고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가정에서 쏟는 사랑과 온전한 관심과는 절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 당장 보육 시설 외의 대안 마련이 버겁다면 점진적인 탈시설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가장 먼저 원가족 회복에 힘을 기울이고 차선으로 입양을 통한 가정 양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입양마저 어려울 경우, 위탁가정에서라도 아이가 자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도 수많은 곳에서 고통받으며 눈물 흘리는 아이들을 생각해 보자.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다섯 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내가 자라 온 보육원은 90년대에 들어서며 영육아원으로 시설의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기존의 보육원 운영과 더불어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사업도 병행했다. 양육 사업과 입양 사업을 함께하게 된 것이다. 보육원 원장님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의 마음으로 26년간 입양 사업을 하며 약 이백팔십여 명의 아이가 화목한 가정으로 입양될 수 있도록 하셨다. 입양 기관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관에 전담 의사가 배치되어야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에 「입양특례법」이 시행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기된 아이들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실례로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이 매년 수십 명 정도였지만, 법이 시행된 이후 유기 영아의 숫자는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내가 자란 보육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입양을 보내야 하는 아이도, 스스로 입양을 원하는 아이도 많다. 그러나 부모가 있는 경우라면 입양은 사실 어려움이 있다. 부모가 입양동의서(친권포기각서)를 써야만 입양이 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이다.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기회는 현실적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나는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 주며 입양 활성화를 통하여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평온한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