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부모가 없어 씁쓸한 점

부모가 없어 씁쓸한 점     


나는 보육원에 산 것에 대해 아주 그렇게 후회스럽지는 않다. 나는 행복한 고아이다. 책을 통해서 밝혔지만 고아라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고아여도 행복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부모님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해서 나에게 안 좋은 점과 좋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안 좋은 점이 뭐냐면 유전이다. 어머니나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전적인 특성을 알지 못해서 가끔 고민이 된다. 나는 머리숱이 많은 편은 아닌데 언제쯤에 머리숱이 더 많이 없어지는지 탈모가 언제 진행되는지는 나이를 더 먹어봐야 알겠지만 만약에 아버님께서 대머리였다면 저 역시 유전을 이어받을텐데 아버님의 머리숱 정도를 알지 못하니깐 앞으로 살면서 대머리 될 것인지 안될 것인지에 대한 추정을 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고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어머니로부터 아버님으로부터 받은 유전적 특성으로 생김새는 누구를 닮았는지 아빠를 닮았는지 엄마를 닮았는지 상당히 궁금하고 알 수 없는 것이 좀 많이 안타깝다. 그래서 너무 씁쓸하다. 


 그리고 내가 키는 큰 편인데 우리 부모님께 상당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큰 키를 물려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나는 내 동생과는 얼굴이 많이 닮지는 않았다. 그렇게 봤을 때 누군가 한 명은 아빠를 닮았고 누구 한 명은 엄마를 닮았을 것 같은데 누가 엄마를 닮고 아빠를 닮았는지 그것을 알 수 없어 참 씁쓸하다. 

 또한, 나의 혈액형은 A형이다. 동생은 O형이다. 부모님의 혈액형을 확인하면 나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A형이거나 아니면 두 분 중에 한 분은 A형, 다른 한 분은 O형일 것이다. 아빠가 A인지, 엄마가 A형인지 궁금하다. 혈액형으로 인간관계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A형과 O형은 개인적으로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서로 잘 맞는 그분들께서는 왜 나를 버렸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좀 씁쓸하다.


 무엇보다도 심리적인 것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부모님이 저를 가졌을 때 어떻게 생각했는지 감격스럽고 기쁘게 생각했는지 저희에게 물려준 심리적인 것이 어떤 것인지 부모로 부터 받은 심리적인 영향을 알 수 없는 것, 아버님과 어머니가 다혈질인지 아니면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 아니면 어떤 창의적인 사고를 많이 하시는지 등에 대한 특성을 잘 알지 못해서 좀 씁쓸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지병을 모른다는 것이다. 아버님께서 당뇨가 있는지 고혈압을 겪었는지 아니면 비만이었는지 아니면 모두 심혈관계통에 문제가 있었다든지 아니면 암으로 돌아가셨다거나 하는 그것을 안다면 앞으로 몸을 관리하는데도 상당히 도움이 될 텐데 그것도 모르는 것이 상당히 씁쓸하다. 다섯 살에 보육원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거의 40년 가까이 되는 것 같은데 그동안 보육원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소재파악이 안 된다는 것은 아마 암이나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을 수도 있고, 병으로 투병을 하시다가 돌아가셨을 수도 있고, 지금 도 병으로 투병을 하고 계실지도 모르고 어떤 유전적인 질병을, 내가 어떤 DNA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 상당히 씁쓸하다. 부모님께서 정말 지능이 좋으셨는지 내가 지능적으로 어떤 것을 물려 받았는지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 씁쓸하다. 또 다른 것들이 상당히 많을 텐데 나의 성향이라든지 좋아하는 식습관이라든지 음식이라든지 좋아하는 그런 것들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았는지 내가 다섯 살에 헤어졌으니 보육원에서 20년을 살면서 환경적 요인을 받은 것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현재의 모습은 유전과 환경적인 요인들로 인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씁쓸하고 기분은 상당히 좋지 않지만 유전을 모르는 것이 가끔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만약에 아버님께서 암으로 돌아가셨고 일찍이 대머리가 되셨고 여러가지 좋지 않는 유전적 요인을 제가 알게 된다면 미리 자포자기하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좋은 점이 될 수도 있지만 좋지 않은 것들을 미리 안다고 해서 불가항력적인 일들을 감당할 수 없는 그런 경우에는 나에게 오히려 더 약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세 딸을 보고 딸의 할아버지를 나의 아버지를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딸아이가 엄마 쪽, 외가 쪽의 영향도 받았겠지만, 친가의 영향도 많이 받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우리 부모님도 상당히 미남, 미녀까지는 아니더라도 준수한 외모였다. 라는 생각이 들고 키도 어느 정도 크고 실제적으로 건강한 신체였겠구나 라고 추측해본다. 아이들을 통해서 또 나를 통해서 부모님을 역추적하는 이런 것들도 상당히 나에게는 흥미롭고 관심 분야이다. 부모님께서 저를 왜 버렸는지 경제적인 어떤 이유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것이 이런 유전적 영향을 어떻게 받았을까? 라는 것이다.   

   

 가끔 우리 고아들끼리 나는 알에서 태어났어. 그런 농담 섞인 말도 하지만 그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하늘에서 떨어질 수도 없는 일이고 누군가는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셨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최근에 낙태나 낙태 반대, 입양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 땅에 나를 태어나게 해주신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를 다른 곳을 버리지 않고 보육원 앞에 버려 입소해서 국가의 지원을 받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친부모에게 감사할 뿐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참으로 인간관계나 사회에 대해 씁쓸한 것들이 매우 많다. 나에게는 부모가 없어서 좋지 않은 것이 매우 많은데 그것들도 인해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있었다면 나의 지금의 모습을 어땠을까. 비관하며 절망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관망해본다. 나의 유전력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안 좋은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은 것이다.  반곱슬머리인 내가 누구의 영향인지 아빠인 영향인지 눈썹이 적은 편인데 눈썹도 그렇고 발이 키에 비해 작은데 누굴 닮았는지 손톱과 입이 작은 편인데 입 모양은 누구를 닮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이 유전이니까 씁쓸한 상황적 배경이지만 이 배경에는 유전적인 것이 많지만 어쨌든 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이 상황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고 현재에 만족하는 마음과 자녀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찾는 것이 씁쓸함을 해소시켜주고 씁쓸함을 가지기보다도 미래지향적으로 사는 것이 나의 밝은 미래가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어리광을 부려본 적이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