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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an 01. 2023

[D-365] 나는 나와 화해하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글

새해가 밝았다. 달력이 한 장 넘어갔다. 무심코 2022년이라고 적었다가 마지막 2에 작대기를 하나 그어 3으로 슬쩍 고쳐 쓸 날들이 오늘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와 화해하기로 결심했다.


나와 화해하기로 결심한 것에 별다른 이유는 없다. 특별한 계기도 없고, 문득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오지도 않았다. 누군가와의 만남 때문이라거나, 마음을 울리는 어떤 말을 들어서, 또는 어떤 영화나 노래, 책, 공연 등을 감명 깊게 보아서 그랬던 것도 아니다. 언제부터 이런 결심을 하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조금씩 나에게 너그러워지고 나에게 상냥해지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작은 노력에 '화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 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나와 화해하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의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100일 전부터 시작해서 바로 어제 끝마친 챌린지 때문이다. 작년 9월 무렵, 2022년이 100일 남았을 때부터 나는 친구들과 함께 100일간의 '하루 20분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했다. 평소에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이메일을 보내거나 카톡, SNS를 할 때 외에는 글을 거의 쓰지 못했는데, 하루에 20분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나만의 글을 써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챌린지였다.


이 챌린지를 하는 도중에 나는 내가 왜 글쓰기를 좋아했는지를 새삼 느꼈다. 글을 쓰다 보면 머릿속에 뒤죽박죽 정신없이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이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된다. 그래서 어지러운 마음이 글쓰기를 통해 편안해지고 차분해진다. 100일 챌린지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이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약속한 100일이 지나고 2023년이 되더라도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이 내 마음속에 있던 '화해'라는 모티브와 합쳐져서 새로운 챌린지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 앞으로 365일간 매일 조금씩이라도 적어 볼 이 글은 내가 나 자신과 약속하는 '2023년 글쓰기 챌린지'이다. 또 이 글은 나와 내가 화해하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자, 나 자신을 가지고 시도해 보는 심리학 실험이자, 나 스스로 나에게 손을 내밀어 적어 두는 '화해 일기'이다.


바로 오늘부터 시작한다.



2023년 1월 1일,

집 식탁에 앉아서 거실에서 들려오는 TV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bess.hamiti@gmail.com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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