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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pr 10. 2023

[D-266] 올해의 100번째 에세이

100번째 글

오늘은 2023년이 시작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이 말은 오늘 내가 올해의 100번째 에세이를 쓰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100일 전인 2023년 1월 1일부터 매일 한 편씩 짧은 에세이를 적어 보는 챌린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에세이 이후로 100일이 지나, 오늘 100번째의 에세이에 도달하게 되었다.


100일째라니. 새삼 시간이 참 빠르다. 새해 아침이 밝아온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시간은 언제나 빠르거나 느리다. 시간은 적당히 알맞게 흘러가는 법이 없다. 언제나 내가 기대한 것보다 더 재빨리, 또는 더 느릿느릿 달려가곤 한다. 그래서 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와 '아직도 시간이 이거밖에 안 됐어?' 사이에 나를 가둬 버리곤 한다.


야속하게도 빨리 흘러가 버린 시간을 원망하고 있자니 내가 원망할 대상을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언제나 일정한 속도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속도 조절을 잘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나다. 늘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시간의 곁에서 헐떡이며 느려졌다 빨라졌다 하는 것은 나였다. 이렇게 들쭉날쭉한 내 속도가 일정하다고 착각하며 시간을 바라보다 보니,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빠른 것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시간은 잘못이 없었다. 시간은 억울했다. 원망해야 할 것은 바로 나였는데.


하지만 오늘은 나를 원망하거나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100번째의 에세이를 쓰는 날이니까. 지난 100일간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에세이를 열심히 써 온 나를 오늘은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수고했다, 잘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건넬 필요가 있다. 적절한 속도로 달리지 못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나는 시간과 나란히 트랙에 서서 100바퀴를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들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래서 오늘은 내게 박수를 쳐 줄 것이다. 원래 칭찬에 인색한 편이지만 오늘은 내게 칭찬을 해줄 것이다. 지난 100일간 잘해왔다고 다독이기 위해, 또 앞으로 남은 265일간도 잘해보자고 격려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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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0일,

침대에 엎드려서 드럼 비트가 강한 노래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Chris Karidis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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