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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pr 09. 2023

[D-267] 어린 시절에 본 영화들은 애틋함을 남긴다

99번째 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5번째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내게 꽤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영화이다. 어린 시절 이 영화와 인디아나 존스 캐릭터를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나온 영화를 접하게 되고 보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80년대에 나온 1~3편은 당연히 영화관에서 직접 보지 못했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4편도 내가 상당히 어릴 때 개봉했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볼 수 없었다. 아마 TV의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처음 보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TV에서 단골로 틀어 주던 영화 중 하나였으니까.


나는 원래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어서 그런지 고고학과 유물을 중심 소재로 다루며 신나게 모험을 하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자연스레 빠져들었다. 이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고고학과 실제 학문으로서의 고고학이 다르다는 것은 어린 시절에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적으로 봤을 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페도라 모자를 쓰고 채찍을 휘두르는 아이코닉한 캐릭터의 이미지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내 어린 시절을 구성하는 추억 중 하나로 남았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접한 영화들은 마음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갖게 된다. 영화가 재미있던 아니던 상관없이 약간 애틋한 마음과 기대감을 갖고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관심사도 달라지고 취향도 달라지고 아는 것도 많아져서 이제는 더 이상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영화에 인종차별적, 성차별적인 묘사들이 적나라하게 들어가 있는 것도 신경 쓰이고, 인디아나 존스 캐릭터의 'badass'스러운 면도 이젠 좀 올드하게 느껴지고, 들어간 유적지마다 죄다 박살을 내고 나오는 것도 더는 어드벤처의 일부로 마음 편히 즐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는 게 많아지니 불편한 점도 점점 많아진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영화를 보면서 재밌게 즐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때 느꼈던 순수한 즐거움이 많이 퇴색되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인디아나 존스는 현재진행형으로 좋아하는 영화라기보다는 그저 옛날에 좋아했던 추억으로만 존재하게 되었다. 딱히 후속작 소식도 찾아보지 않아서 5편이 제작된다는 사실도 촬영 소식이 들릴 때쯤에야 뒤늦게 알게 되었을 정도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디아나 존스를 생각하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애틋하고, 그래서 기대가 된다. 영화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지적하고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애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비판하게 되는 점도 있다. 어린 시절의 내게 좋은 추억을 남겨준 영화가 후속작에서는 기존 시리즈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개선된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곧 개봉할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응원하고 싶다. 이 영화가 여러모로 '잘' 뽑혔으면 좋겠고 흥행도 잘 되었으면 좋겠고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영화관에서 새로운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볼 생각을 하면 설레기도 하고. 과연 이 5번째 영화가 어떻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마무리를 장식하게 될지, 어서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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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9일,

소파에 앉아서 스포츠 중계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Mike Swigunski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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