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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pr 26. 2023

[D-250] 아침 글쓰기와 밤 글쓰기

116번째 글

나는 매일 한 편씩 에세이를 쓰는 챌린지를 하는 중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작했고, 어제까지 총 115편의 에세이를 썼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또는 퇴근 후 저녁시간에 글을 쓰는데, 아침에 글을 쓸 때와 밤에 글을 쓸 때의 마인드가 다르다.


밤 시간에 글을 쓸 때는 조급하다. 자정이 지나기 전까지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다. 저녁 이후에 글쓰기를 시작하면 자정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보니 쫓기는 듯이 글을 쓰게 된다. 8시나 9시 정도에 글쓰기를 시작하면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10시가 넘어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 정말로 초조하다. 피곤해서 집중이 잘 안 되거나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이면 더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다 보니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더 많이 찾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글을 쓰게 된다.


하지만 아침에 글을 쓸 때는 여유가 있다. 내가 지금 글을 다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저녁에 마무리할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글이 마음에 안 든다면 아예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써도 될 만큼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 그래서 아침에 글을 쓰면 조금 더 여유롭고 편안한 마인드로 글을 쓰게 된다. 더 오래 고민하고, 이런저런 레퍼런스도 찾아보고, 딴짓도 좀 하고, 색다른 것도 시도해 보면서 더 즐겁게 글을 쓰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글을 쓰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시간과 체력이 받쳐준다면 웬만하면 아침에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아침, 나는 116번째의 에세이를 쓰기 위해 출근길 버스 안에서 노트북을 열었다. 하지만 막상 빈 페이지를 앞에 두자 오늘은 아침에 글을 쓰고 싶지 않아졌다. 오늘은 왠지 저녁에 글쓰기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늘은 꼭 저녁에 글쓰기 시간을 가져야만 할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내가 지금 글쓰기를 마쳐 버리면 밤늦게까지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였다. 요즘 워낙 바쁜 탓에 야근이 일상이라, 아침에 후다닥 글쓰기를 마무리하고 밤에는 일을 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었던 이유가 달라져 버린 것이다. 원래는 에세이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아침 글쓰기를 택했었는데 최근에는 일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아침 글쓰기를 택하고 있었다. 아침에 빠르게 해치우고 일을 더 하기 위해서.


이 에세이 쓰기 챌린지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나 자신과 화해하고자 스스로 시작한 챌린지인데, 이 챌린지를 급하게 해치워야 하는 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순히 할 일 목록에 체크박스 하나를 채우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밤까지 기다렸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은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해서, 일은 잠시 손에서 놓고 여유롭게 글을 쓰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밤에 에세이를 쓴 감상은? 비록 시간에는 쫓기고 있지만 마음은 훨씬 편하고 좋다.



/

2023년 4월 26일,

소파에 앉아서 TV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Beth Jnr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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