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 Apr 27. 2023

[D-249] 결심하기는 쉽지만 계속하기는 어렵다

117번째 글

나는 바쁘고 피곤할 때일수록 나를 잘 돌보겠다고 다짐했었다. 아무리 바빠도 일상적인 일에 소홀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었다. 나를 조금 더 잘 챙기기로 마음먹었었고,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 자신의 건강을 갉아먹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나는 일상을 놓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그냥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두 달 전에 글로 적기까지 했었다. (글 보러가기)


하지만 요즘 나는 이 다짐을, 이 결심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잠을 줄이고, 운동을 거르고, 식사를 대충 때우며 지내고 있었다. 바쁠수록 일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깨달음은 잊힌 지 오래였다. 아니, 잊히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변명과 함께 외면당했다. 나는 습관처럼 나 자신을 혹사시켰다. 늘 그래왔듯이 내가 조금 더 고생해서 이 일을 마무리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 일이 끝나기만 하면 좀 쉴 수 있을 거라고 거짓 위로를 해 가면서.


결심하는 것은 쉽다. 결심까지 다다르는 길이 어려울 수는 있지만 결심 그 자체는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깨달음도 마찬가지다. 깨달음을 얻는 것은 차라리 쉽다. 어려운 것은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들이다. 그 깨달음을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어렵고, 그 실천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


오늘도 깨달음은 오히려 쉬웠다. 내가 지난 며칠 동안 잠을 하루에 4~5시간밖에는 자지 못했고 계속 야근을 하고 있으며 지금 아주아주 피곤한 상태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쉬웠다. 또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일상을 조금씩 포기하고 있다는 깨달음, 나를 깎아먹고 있다는 깨달음, 나 자신을 점점 마모시켜서 닳아 없어지게 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도 쉬운 축에 들었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이 깨달음을 내 생활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일이다. 그리고 오늘 끌고 들어온 것처럼 내일도 계속 끌고 가는 일이다.


오늘 나는 이 글을 마무리하는 대로 일찍 잠자리에 들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웬만하면 밤에는 더 이상 일을 손에 잡지 않을 것이다. 내일 아침에는 운동을 하러 갈 것이고, 식사도 거르지 않고 좋은 음식으로 잘 챙겨 먹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

2023년 4월 27일,

식탁에 앉아서 창 밖 바람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Eilis Garvey from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D-250] 아침 글쓰기와 밤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