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 Apr 25. 2023

[D-251]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다

115번째 글

오늘 아침은 잠을 설쳤다. 최근에 업무가 너무 바빠서 해야 할 일 생각에 편히 잠들지 못한 탓이었나 보다. 오전 7시에 필라테스 수업이 있어서 늦잠을 자면 안 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새벽 5시 정도부터 계속해서 화들짝 놀라서 깨고, 시계를 보고 다시 잠들고, 몇 분 뒤 다시 화들짝 깨기를 반복했다. 결국 이러느니 차라리 일어나는 게 낫겠다 싶어서 6시도 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잠이 없는 편이라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힘들지는 않았는데, 선잠을 자다 화들짝 놀라서 깨기를 거듭하는 것은 힘들었다. 원래도 잠을 그다지 깊이 자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이렇게 긴장하면서 자고 일어났더니 정말로 잠을 잔 것 같지가 않았다. 전날 밤 야근을 한 데다가 일찍 잠자리에 든 것도 아니라서 더 피곤했다.


그렇게 피곤한 상태로 필라테스 수업을 받으러 갔다. 그런 컨디션에 운동이 잘 될 리가 없다. 나는 평소보다 더 힘겹게 필라테스 동작들을 해 나갔다. 몸이 평상시에 비해 더 많이 굳어 있었던 데다가 근육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아서 더 고통스럽고 더 힘들었다. 자세를 잡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한 세트만 더요, 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피로의 재미있는 점은 단순히 신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의지력까지 깎아 먹는다는 점이다. 평소라면 몸이 말을 안 들어도 어떻게든 더 다리를 펴 보고 어떻게든 더 자세를 유지해 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피곤한 상태로는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수업에서 자세를 버티기 힘들면 주저앉았고, 시키지 않으면 굳이 더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 합리화를 했다. 피곤하니까, 힘드니까 어쩔 수 없다고.


피로의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은 신체적 능력과 의지력뿐 아니라 집중력까지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평소라면 1시간이면 끝냈을 업무를 피곤할 때 하면 30분이 더 걸린다. 회의를 할 때도 제대로 집중해서 듣지 못한다. 계속해서 잡생각이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중간중간 사탕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하면서 계속 에너지를 채워 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오늘 이렇게 피로에 시달렸던 까닭은 잠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긴 하지만 요즘은 좀 심하다. 이렇게 요즘 수면의 질과 양이 떨어지는 까닭은 늘 긴장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긴장해 있는 까닭은 내가 맡은 일을 정해진 기한까지 제대로 끝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서 잠에 들어도 편안히 쉬지 못하고 화들짝 깨 버리고 마는 것이다.


잠을 제대로 좀 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또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불안감을 잘 다스려야 한다. 원인을 파악했으니 이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맡은 일이 다 끝나기 전까지는 문제가 진짜로 해결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 밤은 과연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 내일 아침도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게 되지는 않을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질문들을 잔뜩 던져 놓았으나 너무 피곤해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

2023년 4월 25일,

식탁에 앉아서 지친 눈을 깜빡이며.



*커버: Image by Krista Mangulsone from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D-252] 세계 책의 날에 내가 하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