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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an 03. 2023

[D-363] 시작이 반이다

세 번째 글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일이더라도 막상 시작하고 나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시작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 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일단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나면, 그리고 실제로 시작하고 나면, 그 일은 어느 정도 아는 일이 된다. 그래서 두려움은 잦아들고 엉킨 실을 풀듯이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다. 마음먹은 것이 사흘도 가지 못하고 흐트러진다는 뜻이다. 이것도 다시 말해보면, 마음먹은 것을 사흘 넘게 계속한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뜻이다. 그리고 또 다른 말로 하면, 사흘만 넘기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어느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사흘이 지나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한 번의 결심, 짧은 의지로 시작한 일이 아니게 된다. 그 일은 이제 일상의 영역에 들어서려 하고 있는 거다.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뭔가를 시작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다. 또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 변화를 유지해 나가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인간은 동시에 적응의 동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이제 그 무언가에 적응해서 더 이상 변화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정리해 보자면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그다음으로 어려운 것은 사흘 동안 꾸준히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시작이 반이라면, 삼일째의 꾸준함은 반의 반 정도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계산해 보면 어떤 일을 시작해서 삼일 동안 꾸준히 했다면, 반하고도 반의 반, 즉 75% 정도는 이미 끝마쳤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를 지금 하는 이유는 오늘이 2023년이 된 지 사흘째 되는 날이라서다. 그래서 '작심삼일'이 떠올랐다. 나는 2023년 1월 1일부터 매일 하나씩 짧은 에세이를 써 보기로 결심했고 그 결심을 삼일째 성공적으로 해낸 거다. 이제 75%는 다 했다. 남은 362일은 고작 25%에 불과하다. 얼마나 쉬운가! 고작 25%라니.


절반이나 되는 시작을 해내고 작심삼일의 늪에 빠지지 않은 나 자신에게 셀프로 박수를 보낸다. 뿌듯하다. 이런 작은 뿌듯함이 모여서 앞으로 남은 날들 동안 꾸준히 결심한 일을 이어갈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어쩐지 잘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

2023년 1월 3일,

식탁 의자에 앉아서 창 밖에서 들리는 지하철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Nick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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