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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an 04. 2023

[D-362] 여러 개의 언덕을 타 넘듯이

네 번째 글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이 솟은 산 앞에 서면 지레 겁을 먹게 된다. '저 산을 내가 정복해야지!'라는 생각에 의지가 불끈 솟아오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는 절대 그 산에 오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좌절하고 의지가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한 발짝을 내딛는 것이 두렵고, 쉽게 포기하고 시선을 돌리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낮은 언덕을 하나 오르는 것은 어떨까? 이 정도면 한번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어떻게 오를지 고민하지 않고 그냥 눈에 보이는 낮은 봉우리를 향해 가뿐히 첫걸음을 내딛게 되지 않을까.


목표를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에 목표를 너무 높게, 크게, 거창하게 잡으면 시작하기도 전에 불안과 두려움에 잡아먹힐 수도 있다. 그 목표가 너무 멀게 느껴져서 우왕좌왕할 수도 있고,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쉽게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목표를 여러 개 정해 놓으면 훨씬 가뿐한 마음으로 노력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작은 목표를 순서를 정해서 세워 놓고, 한 목표를 이루면 다음 목표를 향해, 그 목표도 이루면 또 다음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다.


이 방법이 좋은 건 일단 시작하기 쉬워서, 또 덜 겁을 먹고 덜 지치게 되어서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은 목표를 이루게 되면 성취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끼면 의지가 생긴다. 이 의지를 기반으로 또 다른 목표에 도전할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나는 결국 내가 해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내가 다다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나와 화해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올해 1년 동안 '화해 일기'라고 이름 붙인 글을 매일 한 편씩 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이 1년 치의 계획이 아니다. 내 목표는 오늘 이 글을 다 쓰는 것이다. 그 목표가 이루어지고 나면 그다음 목표를 위해 노력할 거다. 그다음 목표는 내일 치의 글을 다 쓰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 단위로 365개의 작은 목표를 이루고, 일주일 단위로 52개의 약간 더 큰 목표를 이루고, 한 달 단위로 12개의 중간 목표를 이루고, 분기 단위로 4개의 큰 목표를 이루고 나면, 내가 결심했던 처음의 목표가 이루어져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눈앞에 펼쳐진 산이 너무나도 거대하게 느껴지고 산 정상은 너무나도 까마득하게 느껴진다면, 높이 올려다보았던 고개를 잠시 내려 보는 건 어떨까. 시선을 정면으로 내려서 바로 눈앞에 있는 작은 언덕과 조금 떨어진 곳에 놓인 바위 하나와 발 바로 아래에 펼쳐진 완만한 풀밭을 보는 거다. 그렇게 정면을 바라보며 걸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수십 개의 봉우리를 지나 산 정상에 도달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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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4일,

침대에 엎드려 유튜브로 틀어 놓은 시냇물 ASMR을 들으며.



*커버: Image by Jörg Pete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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