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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pr 30. 2023

[D-246] 몸과 마음의 근육통

120번째 글

요즘 매일같이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다. 2주 전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필라테스는 정말 신기한 운동이다. 한 마디로 소감을 표현하자면 '이런 곳에 근육이?'이다. 나는 내 몸에 이런 부분에 근육이 있었다는 것을 그 부분을 덮친 근육통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전부터 헬스를 꾸준히 했었기 때문에 근육통은 내게 낯선 감각이 아니지만 큰 근육이 아니라 작은 근육이 아픈 느낌, 살 속 깊은 곳에 들어차 있는 근육이 아픈 느낌은 정말 처음 느껴 보는 생소한 감각이었다. 이런 낯설고 고통스러운 근육통 때문에 나는 걷거나 앉았다가 일어날 때마다 속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걸어 다니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근육통을 수도 없이 앓아 온 내 경험상, 격렬하게 운동을 한 다음날의 컨디션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어딘지 몸이 무겁고 찌뿌둥한 기분이다. 통증은 거의 없고 그냥 몸이 중력을 좀 많이 받고 있는 듯한 느낌. 이런 기분은 다음날 운동을 또 해 주면 상쾌하게 풀린다. 두 번째는 근육통의 습격이다. 몸 곳곳이 아프고 잔뜩 굳어 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찾아오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 주거나 마사지볼, 폼롤러 같은 기구로 아픈 부위를 살살 마사지해서 풀어 주면 훨씬 빨리 나아진다. 세 번째는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움직일 기력도 없는 피로감이다. 보통 이 세 번째는 근육통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냥 누워서 잠이나 자고 푹 쉬어 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조금은 개운해져서 스트레칭이나 마사지를 해줄 힘을 되찾을 수 있다. 물론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운동이나 의학 지식이 없는 사람이지만, 대개 이런 세 가지 종류의 컨디션이 있다고 느껴진다. 


이 세 가지 종류의 컨디션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 같다. 마음이 격렬하게 뒤흔들리고 난 다음에 어떤 컨디션이 찾아오는지에 따라서 각각 다른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이 무겁고 기분이 좋지 않다면, 운동을 하며 땀을 흘려주거나 그 기분을 잊을 만큼 집중해서 다른 뭔가를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풀려 있기도 하니까. 반면 마음에 상처를 입어서 아프다면, 그 상처를 잠시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를 한번 보고 그 부분을 마사지하며 통증을 달래 주는 과정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아픔을 달래 줄 수 있을 테니까. 또 만약 이 상처가 너무 크거나 무기력과 피로를 동반해서 아직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다면, 그럴 기운이 들 때까지 가만히 쉬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 휴식을 통해 기운을 조금 차리고 나면 이제 상처를 들여다볼 용기가 날 테니까.


마음의 상황을 고작 세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마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상황에 맞는 각기 다른 대처 방안이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나의 대처 방안 때문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가 지금 꼼짝도 못 하고 누워 있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해서 나를 나무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 휴식은 나 자신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스로 택한 해결책이니까 말이다. 충분히 쉬고 충분히 아파하고 나서, 일어나서 그 다음 할 일을 하면 된다. 근육통을 겪고 있을 때 다음 운동 전까지 몸에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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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30일,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방 밖에서 나는 잡음을 들으며.



*커버: Image by Kenny Eliason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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