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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y 07. 2023

[D-239]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처럼

127번째 글

오늘은 짧은 글을 쓰고 싶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짧은 글 안에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모두 담아 보고 싶어서다. 나는 원래 짧게 글을 마무리하는 것을 잘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짧은 글 안에 간결하게 핵심을 담아내곤 하는데, 나는 그런 건 잘 못한다. 아무리 간단하게 쓰려고 해도 어느새 글이 길어져 있다. 그래서 수천, 수만 자 분량의 소설이나 에세이, 칼럼을 쓰는 것보다 시 몇 줄을 쓰는 것이 더 어렵다. 간략한 글로 핵심을 짚어내는 연습을 좀 해봐야 될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의 글은 세 문단이 넘어가지 않도록 써 보려 한다.


그리고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살다 보면 아무 관련도 없어 보이던 내 인생의 조각들이 어느 순간 맞아떨어지기 시작하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두서없이 나열된 경험 조각들에 불과해 보이던 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된다. 나는 이걸 작년에 회사 지원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느꼈다. 그냥 되는 대로 살아왔다고 느꼈던 내 삶이 알고 보니 하나의 큰 주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빙빙 돌고 경로를 이탈하고 온갖 장소를 헤매다가 지금 이 자리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 보니 내 경로는 결국 하나의 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지나온 길들이 결국 한 장의 그림으로 완성되었듯이, 내가 겪어온 그 모든 일들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듯이, 지금 나의 조각난 인생도 어느 순간 퍼즐 조각처럼 맞춰져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리라고 믿는다. 지금 내가 텅 비어 있다고 느끼는 부분들도 언젠가는 맞는 조각이 나타나 채워지리라고 믿는다.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는 삶의 어지러운 파편들도 무언가 더 커다란 것의 일부로 맞아 들어가리라고 믿는다. 



/

2023년 5월 7일,

소파에 기대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Thomas Couillard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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