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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May 06. 2023

[D-240] 어제의 계획과 달랐던 오늘

126번째 글

어제 나는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내용의 글을 썼다. (글 보러가기) 그리고 오늘 어떻게 기분 전환을 할 것인지 계획도 미리 짜 두었다. 어제의 계획은 이랬다.


1) 아침에 조조 영화 보기
2) 브런치 먹기
3) 헬스장 가서 운동하기
4) 샤워하고 낮잠 자기
5) 족욕하기


나는 정말로 이 계획들을 다 할 생각이었다. 아주 널럴하게 잡아 놓은 계획이라고 생각했고, 그다지 부담스럽지도 않다고 생각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좋아서 리스트를 다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내가 실제로 한 일은 이랬다.


1) 아침에 팟캐스트 영상 보기
2) 점심 먹기
3) 샤워하기
4) 판소리 공연 보러 가기
5) 집에서 사이클 기구로 운동하기


단 한 가지도 계획대로 한 것이 없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설명하자면, 어제 계획을 세울 때는 내가 오늘 판소리 공연을 예매해 두었다는 사실을 잠시 까먹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관람은 바로 계획에서 취소했다. 딱히 시간이 겹치지는 않아서 영화도 보고 판소리도 보러 가도 괜찮았겠지만, 그냥 내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영화와 판소리 둘 다 집중해서 보고 와서 곱씹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 감상이 곧이어 관람한 판소리 공연으로 인해 덮이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예매해 둔 영화는 취소했다.


영화를 취소하며 아침 외출 계획이 없어지자 자연스레 브런치도 계획에서 빠졌다. 헬스장은 갈 수도 있었겠지만 비가 꽤 많이 오는 바람에 외출을 두 번이나 하고 싶지는 않아 졌다. 3시에 공연을 봐야 했기 때문에 약간 시간도 애매하긴 했다. 그래서 헬스장과 낮잠도 계획에서 빠졌다. 하지만 다리가 좀 부은 느낌이 들었고 몸이 굳어서 살짝 운동을 하고 싶기는 했다. 그래서 집에서 가볍게 사이클을 타며 유산소 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나는 어제 세운 계획을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굳이 한 가지를 찾자면 샤워 정도만을 제대로 해냈을 뿐이다. 나머지는 내키는 대로, 되는 대로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 하루가 재미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정말 멋진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는 팟캐스트를 보면서 웃었고 점심은 공짜 쿠폰을 써서 배달시킨 피자를 맛있게 먹었고 판소리 공연은 정말 끝내주게 멋있었다. 사이클 운동도 기분 좋게 땀을 흘릴 정도로 적당히 잘 했다. 그래서 나는 어제 계획한 '기분 전환하기'라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러니까 목표만 같다면, 세부 계획은 얼마든지 바뀌어도 되는 거다. 때로는 계획 하나하나를 지키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왜 내가 그 계획을 세웠는지를 생각해 보고 알맞게 계획을 변경해 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

2023년 5월 6일,

소파에 엎드려서 TV에서 나오는 영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Izzie Renee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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